[화제] 교묘해진 퇴폐증기탕 불법영업
기사입력 2000년 02월 29일 14시 39분
미아리 등 윤락가에 대한 경찰의 순찰이 잦아져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틈을 이용,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퇴폐 증기탕들의 불법 영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증기탕의 불법 영업은 스포츠마사지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위장하고 있어 경찰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증기탕의 불법영업을 처벌하려면 남자손님과 여자종업원 외에 이들의 성관계를 말해주는 콘돔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업주들이 첨단 비밀통로를 다투어 설치, 남자손님을 빼돌리거나 콘돔을 폐기시켜 `심증은 확실하나 물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오후 11시 40분 서울 N호텔 3층 스포츠마사지클럽.
증기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서울 경찰청 특별단속팀 `허리케인'이 출동했다.
손님을 가장해 들어간 이모 대원으로부터 연락이 오자 40여명 대원이 3개의 통로를 통해 동시에 들이닥쳤다.
그러나 손님들은 온데간데 없고 여자 종업원 10여명만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제일 끝방 옷장에 바로 옆 단란주점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통로를 따라 단란주점으로 들어갔으나 술취한 손님들중 누가 `벽'을 통해 나왔는 가려내기는 불가능했다.
한편 통로가 있는 방 소파 위에는 남자 팬티와 양말 두개가 뒹굴고 있었다.
팬티 위에 코트만 걸친채 `옷장'으로 나가려다 덜미가 잡힌 김모양(20)은 단속반이 카운터에 찍힌 17만원짜리 신용카드 전표를 내밀며 `스포츠 마사지'란 명목의 화대가 아니냐며 협박과 회유를 해보았으나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단속도 `남자 손님, 여자 종업원, 콘돔'이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무위로 끝났다.
허리케인 대원들에 따르면 증기탕업주들이 `삼박자'를 피하기위해 인테리어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첩보영화 빰치는 비밀통로를 만든다.
서울 K호텔 증기탕의 경우, 1층 로비와 계단을 비추는 몰래카메라에 단속반이 닥치면 방마다 설치된 비상등으로 신호를 보내 증거를 인멸시켰다.
7개의 고리를 풀어야 열리는 철재문을 여는 동안 손님과 미성년 종업원을 비밀통로로 빼돌리고 콘돔을 감쪽같이 폐기시켜버리는 곳도 있다.
단속반들은 콘돔을 찾기 위해 쓰레기 통에서 천정 환풍기 속까지 이 잡듯 뒤지지만, 돌돌 말아 은박지에 싸면 콩알만해지는 콘돔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
K호텔에서는 진공청소기속 먼지주머니속에 콘돔을 감춰놓기도 했다.
화장실의 물내리는 소리를 듣고 급습했을때는 이미 사용된 콘돔이 변기속으로 빨려들어간 뒤였다.
이날 N호텔의 첨단 비밀통로에 허를 찔린 서울경찰청 최 웅 풍속반장(50)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뼈있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오늘은 한방 먹고 갑니다. 다음에 꼭 빚을 갚을겁니다."
[이영주 기자 sun＠]
[김경민 기자 kyungm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