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재미교포 사업가 (3)
기사입력 2000년 02월 29일 14시 24분
박사장은 다음날 볼일을 모두 마치고 상경, 사업에 전념했다. 부산에서의 일을 잊은채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며칠뒤 여비서가 "강성수씨라는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보고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명함도 주지 않았는데.'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날밤 자신에게 아직도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그에 대한 반가움도 생겼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습니다."
"아, 박여사가 맞구먼. 나 강성수요. 만나고 싶어요."
박사장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그가 기다리는 곳으로 나갔다.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다 인연인 모양이야. 사상 공단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는 길에 부동산 소개업소에 들러 길을 물어보는데 그곳에 박여사와 같은 이름의 명함이 한장 있더군. 그래서 혹시나 하고 한번 전화해본거요. 그런데 이렇게 박여사가 맞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구료."
순전히 거짓말이다. 돈많은 여자를 대상으로 먹이사슬에 나섰던 강성수는 J산업의 여사장 박선희가 과부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그뒤 박선희의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집과 회사를 오가며 미행하던중 어느날 서울역으로 가 부산행 기차표를 사는 것을 보고 뒤이어 같은 표를 샀다. 그러다 보니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됐던 것. 그리고 재미교포 사업가 행세를 하며 그녀를 품에 안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박사장으로서는 이런 기연이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는 못 만날 것으로 알았는데 이렇게 이어지다니. 인연은 인연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그날밤 오랜만에 만난 연인 처럼 달콤한 사랑을 나눴다.
박사장은 자녀들에게 사업관계로 급히 지방엘 내려가게 됐다고 전화해뒀기에 자유의 몸이 됐던 것. 둘은 박사장의 승용차를 타고 미사리로 향했다. 중년층 전용 카페에 들러 양주를 마신뒤 부근 러브호텔로 들어가 사랑의 유희를 질펀하게 즐겼다. 노련한 강성수의 몸놀림에 박선희의 입에서는 환희의 음률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그뒤 둘은 며칠에 한번씩 만나 육욕을 불태웠다.
그러던 어느날. 한바탕 정사를 치르고 전신에 땀을 뒤집어쓴채 침대에 늘어져 있던중 박사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죠? 계속 이렇게만 지내야 하는건가요?"
요즘들어 외박이 잦아지자 대학과 고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무한정 관계를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재혼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결혼할까?"
"그럼 미국과 한국, 어느쪽에서 살아야 되지요?"
"서로 왕래하며 지내면 어떨까?"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다음날 아침 강회장은 드디어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여사, 어려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뭔데요? 말씀해보세요."
"워낙 어려운 부탁이라"하면서 담배만 연신 피워대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회사에 물건을 사서 보낼 일이 생겼는데 갖고 온 돈이 모자라서 그러니 좀 빌려주시구려."
"얼마나요?"
"우선 3000만원이면 되겠오."
사랑하는 사이에 3000만원이 대수겠는가. 박사장은 언제 갚겠다는 약속도 받지 않은채 3000만원을 빌려줬다.
그뒤 이들은 며칠에 한번씩 만나 사랑놀음을 계속했다. 그런데 강회장은 이따금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몇차례에 걸쳐 빌려준 돈이 1억3000만원이나 됐다. 박사장은 계속 돈을 빌려달라는 강회장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