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일본여성 '섹스관광' 현해탄 넘었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28일 14시 35분
오후 11시 서울 강남 L호텔 나이트클럽.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던 20대 중반의 일본 여성 2명이 웨이터를 불러 귀속말로 속삭인다.
잠시후 웨이터는 20대 유학생 출신 내국인 남자 2명을 데려와 합석시킨다.
처음엔 다소 수줍은 듯한 태도로 응대하던 일본인 여성들은 얼마 안 있어 깔깔대며 남자들과 서로 건배를 주고 받는다.
이들은 분위기가 무르익은 다음날 오전 2시쯤 일어나 한 남자의 승용차에 함께 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일본 여성들의 한국 남자 `헌팅 여행'이 늘고 있다.
80년대 초반 이후 일본 남성들이 동남아 각국을 대상으로 섹스관광 붐을 일으켰으나 이번엔 소위 `고코족'(고! 코리아족의 약칭)으로 불리는 젊은 일본 여성들이 은밀한 쾌락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는 것.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여성 관광객 수는 79만 6000여명.
과거엔 여행사에서 단체로 온 깃발부대가 많았으나 지금은 2∼3명이 한 팀이 돼 가이드 없이 방한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고코족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OL(오피스 레이디)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개 2박3일 일정으로 낮에는 쇼핑을 하고 밤에는 호텔이나 강남의 유명 나이트 클럽으로 진출한다.
이들은 호텔 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프라다', `루이 뷔통' 등 고급 브랜드의 의류나 액세서리를 주로 구입하는데 일부는 동대문 의류 상가에도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코족이 한국을 즐겨 찾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한국 남자들을 상대로 성적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여성들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등 유럽쪽으로 대거 진출, `섹스관광'을 즐겼다"며 "97년 이후 경기침체로 여행경비가 적게드는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여성 20명중 1명이 남성으로부터 죽도록 구타당한 사실이 있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일본 남성에 대한 혐오감도 친절하고 부드러운 한국 남성들에게 눈길을 돌리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본적인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지닌 고코족들은 나이트클럽 웨이터가 한국 남성들과 부킹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데 부킹이 성사되면 싫어도 내색하지 않고 남자 손님과 2차까지 기꺼이 함께 간다.
르네상스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신라 등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의 경우 한 달 평균 100∼150여명의 고코족들이 투숙하고 있으며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각기 다른 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저녁에 각 호텔 로비 라운지나 바에 가면 칵테일을 마시며 무료함을 달래지 못하는 고코족들이 2∼3명씩 모여 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호텔을 기웃거리는 고코 사냥꾼들까지 생겨났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고코족 여성을 만났다는 부동산 임대업자 고 모씨(33)는 "고코족들 사이에선 한국 남자와의 하룻밤이 주요 화제"라며 "고코족은 평소땐 예의 바르지만 밤에는 놀랄만큼 성에 대해 적극적"이라고 귀띰했다.
[황수철 기자 suc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