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세계갑부가 된 손정의와 일본, 일본인
기사입력 2000년 02월 28일 14시 10분
지난달 19일 일본 증권가로부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식 한 주 가격이 무려 1억엔. `야후'였다. 일본 사람들은 뉴스를 듣는 순간부터 모두들 비명부터 질렀다. 주식 한 주에 1억엔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인 숫자가 아니었다. 1억엔이라면 도쿄 시내에서 20여평 정도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단 한 주의 값이라니. 일본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터넷 검색서비스회사 `야후'가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된 것은 지난 1997년 11월. 당시 1주당 가격은 200만엔이었다. 그러니까 불과 2년 2개월만에 값이 50배로 뛰어 오른 것이다. 덩달아 자회사인 소프트뱅크사의 주식도 껑충 뛰어 올랐다.
덕분에 소프트뱅크사의 사장은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됐다. 관련출자기업의 주가 폭등으로 사장 개인재산은 무려 38억달러. 한화로 계산하면 약 46조원이다. 아시아 최고 갑부로 등극한 것은 물론 세계 재산가 2위에 올랐다. 그런데 그가 세계 1위가 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왜냐하면 소프트뱅크사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인터넷 관련회사 세계 10위 안에 드는 3개사를 소프트뱅크사가 장악하고 있다.
아무튼 정보통신산업붐을 타고 일약 세계적인 부자 기업인이 된 손 마사요시씨(국명 손정의．42)는 한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듯이 재일한국인 3세다. 물론 귀화 일본인이긴 하지만 자신의 성인 손(孫)만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손씨는 인터넷이야말로 자신의 고향이자 본적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재일한국인 3세임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컴퓨터 뿐이다. 때문에 일본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기업경영인이 됐다.
그런가하면 일본기업 중견간부들이 뽑은 `2000년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일본신문에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가장 적은 자본금으로 세계 컴퓨터 인터넷시장을 석권한 소프트뱅크사의 손정의씨처럼 되는 게 일본 젊은이들의 꿈이다. 특히 취업을 앞둔 20대 젊은이들에게 손씨는 영웅이자 우상이다.
그런 그가 지난 22일에는 일본의 대기업 경영주 두 명과 손잡고 `일본채권은행'을 인수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어 24일에는 오사카증권거래소와 전미증권업협회(NASD)가 손을 잡고 새로운 주식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나스닥@저팬'이 마침내 출범했다. 손씨가 그 중심에 서 있었음은 물론이다.
24일자 각 일간지 경제면에는 손씨가 전미증권협회장과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는 사건이 일제히 실렸다. "벤처 상장으로 거액 이익, 소프트뱅크 전략 착착, `나스닥-저팬' 시동"(아사히 신문)이라는 톱기사도 있었다.
"미국과 아시아 등지의 벤처 기업을 위한 투자 회사를 차례차례 설립하고, 2000억엔 이상의 자금을 모은다, 그 자금으로 1500억엔의 벤처 펀드를 개설하고 우선 일본 1500개사에 투자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은 아사히 신문의 보도처럼 일련의 일본경제 움직임이 소프트뱅크사의 전략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일본경제의 흐름이 과거 제조업에서 정보통신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손씨가 집중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본언론 모두가 소프트 뱅크사나 손씨에게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경제계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재일동포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일본인들에게는 `대단히' 달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경쟁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재일 한국인 출신인 손씨가 영 달갑지 않은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