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사랑방] '걸어다니는 흉기' 홀 경계령
기사입력 2000년 02월 28일 14시 00분
◇프로농구계에 `홀 경계령'이 발령됐습니다.
팀마다 선수들에게 `스쳐도 중상'을 입히는 현대의 `괴물센터' 홀과의 몸싸움을 가급적 피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입니다.
홀은 동양 신인 김상우(팔 골절)→전희철(이마를 70바늘 꿰맴)→이인규(코와 잇몸 부상) 등 벌써 선수 3명을 망가뜨렸기 때문이죠.
이번주 현대와의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를 앞둔 기아와 신세기는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어야 할 팀들은 자기팀 센터나 다른 주요선수들에게 "홀과 골밑 몸싸움은 잘해야 본전"이라며 "리바운드 다툼도 요령껏 잘해 절대 다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습니다.
한편 홀은 동양선수 3명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해 "결코 고의가 아니고 다만 우연의 일치 일 뿐이다. 경기에 몰입하다보니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라며 못내 억울한 표정을 짓더군요.
현대 관계자들도 "홀이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 때 자발적으로 어린이 암환자병동을 찾아 위문할 만큼 외모와 달리 속마음은 착하다"며 변호하고 있지만 24일 현대－동양전을 TV 중계로 본 시청자들은 "고의가 분명하다"며 "이태원에서 한국 여인을 살해한 미군과 다를 게 없다"고 비난하더군요.
◇쌍둥이 조상현(SK) 동현(신세기) 형제는 그야말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은 꼴입니다. 그런데 요사이 둘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는군요. 동생 조동현이 지난주 팀선배 우지원이 소개해준 부천의 한 미용실에서 원래 꼬불꼬불한 앞머리를 완전히 폈답니다.
같은 곱슬머리인 형과는 차별화된 헤어스타일을 만든 것이죠. 조동현은 "형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다림질했다"고 농담을 하더군요. 어쨌든 앞으로는 코트에서 이들 형제 이름을 잘못 부를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농구연맹(KBL) 윤세영 총재의 체육관 행차가 부쩍 늘었습니다.
SBS 회장인 윤총재는 26일 잠실 SBS－골드뱅크전에 이어 27일 안양 SBS－신세기전을 잇따라 관전했습니다. 한데 SBS는 올시즌 윤총재가 관전한 4게임서 모두 이기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죠.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SBS 프런트에서는 "회장님이 응원을 해주시니 선수들이 더 힘을 내는 것 같다"며 "남은 게임서도 오셨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윗분'이 오는 날에는 심판들이 눈치를 봐서인지 SBS에 유리한 판정이 많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장 유력시됐던 골드뱅크가 5연패 하면서 포스트시즌 티켓이 멀어졌습니다.
구단 관계자들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입니다. 골드뱅크의 막판 연패에 대해 일부에선 `괘씸죄'라는 분석도 내놓더군요.
"감독대행 체제의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다른 감독들은 얼굴을 들 수 없다"는 게 프로농구계의 일반적인 정서라는 얘기죠. 결국 다른 팀 감독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바람에 창단 첫해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려던 골드뱅크의 야망이 꺾였다는 겁니다.
◇기아가 신세기의 시즌 부천 홈게임 고별파티에 재를 뿌렸습니다.
신세기는 24일 마지막 홈게임을 마친 뒤 감독 인사말, 치어쇼 등 팬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만 경기에 패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썰렁해졌고 모든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라커룸에 머물고 있던 신세기 선수들은 관중석에 사인볼 200개를 황급히 나눠준 뒤 쓸쓸하게 체육관을 빠져 나갔습니다.
◇26일 대구실내체육관은 서포터스의 활약도에서 1, 2위를 다투는 동양과 LG의 장외 대결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날 경기는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위해 두 팀 다 놓칠 수 없었고, 서포터스들의 자존심 싸움까지 겹쳐 볼만했습니다.
동양의 `수호천사' 400여명은 흰 유니폼을 입은 채 응원봉을 휘두르며 "자, 떠나자 LG 잡으러"를 연호했고, 창원에서 2시간 동안 달려온 LG `앤더스' 50여명은 붉은 유니폼을 입고 뿅망치를 두드리며 "할 수 있다"를 외쳤습니다. 게임은 동양의 승리로 끝났지만 응원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