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사이버 스토커 주의보
기사입력 2000년 02월 27일 14시 45분
`사이버 스토커를 조심하세요.'
핸드폰이나 E-메일을 통해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내 해당 여성을 괴롭히는 신종 인터넷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 스토킹은 온라인의 익명성과 급속한 파급력을 무기삼아 급속히 번져가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 정모씨(26)는 얼마전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나랑 한번 할래? 난 S대 다니고 화끈한 여자야…"
정씨는 호기심 삼아 전화를 걸었다가 무안만 당했다.
상대 여성은 "대학과 이름은 맞지만 자신이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으며 최근들어 비슷한 전화를 수십여 차례 받았다. 도대체 어떤 미친 사람이 그런 짓을 하냐"며 펄쩍 뛰었다.
대학생 권모씨(20)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한 사이트에서 화끈한 만남을 원한다는 한 여성의 소개글과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권씨 역시 치한 취급만 받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신상정보를 도용, 핸드폰 문자 메시지와 E-메일, 웹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유포하는 '사이버 스토킹'이 범람하고 있다.
애인에게 차이거나 미팅 상대가 더 이상의 만남을 거부할 때 앙심을 품고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E-메일, 문자 메시지, 게시판 등을 통해 여성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다니는 학교와 전공, 직장, 사는 곳까지 상세히 밝히며 "섹스 상대를 구한다"는 공지를 통해 자신이 목표로 삼은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또 이들중 상당수는 사귀던 여성의 핸드폰 등에 협박성 메시지를 남겨 괴롭히기도 한다.
최근 붙잡힌 안모씨(21·K대 휴학·광주 서구 화정동)가 대표적인 케이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12월말 옛 여자친구 지모씨(21)가 자신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지씨의 휴대폰에 "나를 버렸으니 복수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하루 10여차례 보내는 등 지난 98년이후 1년 7개월 동안 지씨를 괴롭혀온 혐의다.
하지만 이처럼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는 경우는 드문 편.
대부분은 전화를 꺼놓거나 번호를 바꾸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게 보통이다.
신경정신과 신승철박사는 "스토킹은 애정이 증오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보복심리의 한 양상"이라면서 "집착력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신질환의 하나 "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기자 hospit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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