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염철호 장내아나운서 '기분좋은 외출'
기사입력 2000년 02월 24일 13시 59분
구수한 입담과 번뜩이는 재치로 농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곤 하는 프로농구 장내 아나운서 염철호씨(67).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코트를 지킨 염선생은 농구계의 원로이자 젊은 오빠로 통하는 한국 농구의 산증인이다.
지난 22일 염선생은 창원실내체육관을 찾았다. LG 구단이 현대와의 홈경기에 장내 아나운서로 초청한 것이다.
그동안 `중립경기장'인 잠실을 지켜온 염선생은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쐰다"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원주나 수원을 몇차례 찾은 적이 있지만 창원경기장은 초행길.
이날 염선생이 들려준 멘트들은 창원팬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장하다, 훈근아" "다운스의 덩크슛을 보니 가슴 뻥 뚫립니다" 등 멋진 장면이 나올 때마다 던지는 즉석 애드리브는 잠실에서 들어본지 꽤 오랜된 것들이었다.
여기다 고향팀 현대보다 LG쪽을 편드는 느낌의 멘트가 수차례 나왔지만 관중들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염선생은 "정말 부담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한 하루였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염선생은 그동안 중립경기 진행을 맡으면서 느낀 고충을 털어놓았다. 연고팀이 없는 서울은 주인이 없는 탓에 장내 아나운서에게도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고.
우선 시원스런 덩크슛이 터져도 상대팀을 배려해 말을 아껴야 한다. 관중들은 탄성을 지르지만 아나운서는 "○○○, 2득점" 이상의 멘트를 던지기가 겁난단다.
모구단 단장이 얼마전 "장내 아나운서가 우리보다 상대팀 이름을 한번 더 외치는 바람에 선수들의 사기가 죽었다"고 항변한 일이 있고난 뒤부터다. "요즘에는 몇번이나 구단 이름을 멘트했는지 센다"고 털어놓았다.
염선생은 "서울 연고팀이 생겨야 이런 해프닝이 없어질 것"이라며 "소속감을 찾지 못하는 서울팬들에게 하루빨리 응원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줘야 프로농구도 발전한다"고 일침했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