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인터뷰] 3억돌파 보람… 선수협에 미안
기사입력 2000년 02월 24일 13시 38분
사상 첫 연봉 3억원 시대를 개척한 삼성 이승엽은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뒤에도 표정은 굳어있었다.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협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3억원 돌파의 주인공이 된데 보람을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울러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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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에 만족하는가.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처음이기 때문에 기쁘다. 다른 구단이었다면 이 정도까지 배려를 해주는 못했을 것이다. 구단에 감사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이 무겁다. 선수협 문제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겉으로 기쁨을 표현할 입장이 아니다.
－처음엔 5억원을 요구했었는데.
▲내심 4억원을 염두에 두고 5억원을 말했었다. 장기전도 염두에 뒀었다. 그러나 선수협 문제가 비등한 상태서 돈문제 때문에 신경전을 벌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전지훈련 출발전에 구단에 일임한다고 약속했었다.
－1∼2차 협상에서 구단으로부터 얼마를 제시받았나.
▲2억5000만∼2억7000만원으로 정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실망했던 게 사실이다.
－3억원에 밑돌았어도 계약을 했겠나.
▲설령 3억원이 안되더라도 사인을 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돈문제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구단이 처음 제시액보다는 많이 줄 것으로 기대는 했다.
－올시즌 부담이 커졌다.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연봉에 걸맞는 활약을 펼쳐 또다시 팬들을 기쁘게 해주겠다. 책임감이 무겁지만 매년 헤쳐나갈 부분이다. 정신력만 유지한다면 지난해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릴수 있다.
－현대 정민태를 의식한다면 나중에 계약하는 것이 유리했을텐데.
▲(정)민태형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민태형이 `승엽이보다 많이 받아야 된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연한 생각이다. 연차도 높고, 일본진출이 좌절된 만큼 나보다는 단돈 100만원이라도 더 받았으면 좋겠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권정식 특파원 jskw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