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휴대폰 분실, 차량파손 신고 ' 우리 파출소 맞아요?'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4시 10분
요즘 동네 파출소는 이상한 `민원인'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들은 도둑이나 강도를 신고하는 주민들이 아니다.
대부분이 휴대폰 분실신고서를 작성하거나 한밤 주차 중 차량이 파손, `보이지 않는' 범인을 신고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민원이 파출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2∼3건이나 된다.
여기에 보고서와 사후처리 등 관련 업무까지 합쳐 일선 파출소 경찰관들은 동사무소 직원들보다 더 바쁘다.
보통 휴대폰 분실확인서 한장 쓰는데 30∼40분이상 걸린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업무의 내용을 살짝 들쳐보면 어이가 없다.
`분실장소:경부선 열차안, 분실일시:00년 2월 00일, 분실사유: 본인 부주의로 분실함' 등 분실장소가 엉뚱한 곳이거나 며칠이 지나 신고가 되는 등 동네 파출소나 경찰서에서 쉽게 해결할 일이 아닌 경우가 태반.
이들 민원인들도 꼭 분실 휴대폰을 찾고 싶어 파출소를 찾는 게 아니다.
"몇몇 휴대폰 회사에서는 분실신고 확인서를 가져와야만 가입 해지가 가능하대요."
그래서 거의가 이런 `증명서'를 떼기 위해 파출소에 `출두'하는 것.
`차량 파손' 신고도 마찬가지. 보험혜택을 받으려면 일단 파출소에 신고를 해야만 피해자라는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
서울 양천구 A파출소의 K부소장은 "모든 신고는 받아야 한다는 게 지침입니다. 하지만 분실물이나 범인을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런 신고는 해당 휴대폰 회사나 보험사에서도 처리가 충분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가입자가 전국에 2400만명으로 한 이동통신회사의 분실대수만 한달에 3만여건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 파손 신고는 더 황당하다. 전문가도 아닌 이들 경찰관들이 일일이 현장에 나가 확인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격무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과외업무.
그래서 파출소 서류철을 보면 이런 무의미한 관련 팩스나 서류들이 50∼60장이나 쌓여있다.
"이같은 사안의 경우 보험사 담당 전문가 나서 확인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데 행정 편의상 경찰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선 파출소에서 행정를 담당하는 어느 경찰관의 하소연이다.
[이기철 기자 leek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