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라인] 포항신인 이순행 '밉지않은 실수'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3시 59분
포항은 요즘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입단한 이순행(26．MF) 때문에 조용한 날이 없다.
축구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1@65, 60㎏의 작은 체구를 가진 이순행은 빠른 돌파과 절묘한 스루패스가 일품으로 국민대와 경찰청을 거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플레이메이커.
하지만 포항 유니폼을 입자마자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2월8일 처음 포항 팀훈련에 합류했지만 이튿날 심한 몸살감기에 걸려 꼬박 이틀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며칠 후 구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선 포항 차동해 사장이 그의 조그만 체구와 병약한 외모를 보고 "선수 맞냐"며 물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 1월 초엔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입단 후 첫 출전한 대구대와의 연습경기서 상대 수비수가 강하게 걷어낸 볼에 얼굴을 맞아 졸도, 5분간 그라운드에 `시체'처럼 누워 있었던 것. 박감독은 "축구 선수가 공에 맞아 기절하는 건 태어나 처음 본다"며 어이없어 했을 정도.
이순행은 일본 전지훈련서도 여지없이(?) 코칭스태프의 속을 태웠다. 계속된 실수를 만회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무리하게 운동한 탓에 대학 시절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 부상이 재발한 것. 이 바람에 이순행은 훈련중인 팀을 뒤로 한 채 지난 13일 나홀로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박감독은 "이순행의 게임을 리드하는 감각은 팀내 최고 수준"이라며 "지금은 실수 투성이지만 분명 올시즌에 돌풍을 일으킬 재목"이라고 은근한 기대를 내비쳤다.
[서태원 기자 wak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