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필중] 새로운 승부구 '포크볼' 단련중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1시 21분
"몇 나왔어요？"
두산의 전훈캠프가 차려진 하와이 호놀룰루 키히라군 야구장.
특급 소방수 진필중(27)은 요즘 볼을 한개 던질때마다 스피드건에 찍힌 속도에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지난시즌 구원왕에 오른 `대물' 답지 않은 조바심.
그런데 최근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스피드건에 찍힌 속도는 대개 125㎞ 안팎.
150㎞대 투수인 진필중이 만족할만한 스피드가 아니지만 그가 던지고 있는 것은 직구가 아닌 포크볼이다.
진필중의 미소는 2000시즌 필살의 비기로 준비해온 포크볼이 제 궤도에 올랐음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3일 62개의 불펜피칭에서 진필중의 포크볼에는 속도로만 평가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공의 궤적이 낮아지는 지점과 시점이 불분명할만큼 깔아 뿌리는 진필중의 포크볼은 코칭스태프들도 만족시켰다.
연습 경기 1,2차전때 진필중을 투입하지 않았던 코칭스태프는 그의 포크볼을 본 뒤 24일(한국시간) 3차전 마무리 투수로 그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빠른볼로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된 진필중이 포크볼을 연마하는 것은 피로가 덜한 승부구가 있어야겠다는 절실한 필요때문이다.
한번 던지면 상당기간 휴식이 보장되는 선발투수와는 달리 거의 매일 던지고, 던지지 않더라도 항시 대기해야하는 마무리 전문인 그는 지난해부터 포크볼을 승부구로 다듬어왔고 드디어 완성단계에 이른 것.
매일 저녁 정규 훈련 뒤 빈손으로 공을 뿌리는 섀도피칭을 하며 만들어낸 포크볼은 느리지만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진필중처럼 빠른 볼을 가진 선수에게는 더 없이 좋은 무기.
그렇지 않아도 위협적인 볼을 가진 진필중이 또 하나의 무기를 탑재한 셈이다.
[하와이=국제전화 송철웅 기자 si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