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왈종씨 제주생활 결산 대형 전시회 열어
기사입력 2000년 02월 22일 14시 25분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집착을 끊어야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다'고 되뇌이면서 제주도로 내려간 지 10년. 그는 서귀포 한적한 바닷가에서, 제주도의 맑은 햇살과 바람과 파도소리를 벗삼아, 홀로 창작에만 몰두해 왔다.
화가 이왈종(55). 그가 10년간의 제주생활을 결산하는 대형 전시회를 갖는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5일부터 3월 19일까지 `제주생활의 중도, 이왈종'전을 연다. 전시작들은 도조작품 31점, 장지그림 41점, 보자기 작품 3점 등 총 75점. 대부분 `제주생활의 중도'란 제목을 달고 있다. 도조, 보자기 작품은 처음 공개한다.
일관된 주제는 여전히 `중도(中道)'. 자신의 집에 `중도관'이란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그가 10년 넘게 붙들고 고민하는 화두다. 예술세계의 핵심 단어다. `중도'란 무엇일까. 이씨는 "선과 악, 사랑과 증오, 분노와 절망 등 온갖 갈등에서 벗어나 평상심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중도'를 초현실적으로 담아낸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것이다. 물고기와 말, 동식물과 같은 자연물들이 사람과 한 화면 속에 어울려 공존한다.
이번에도 꽃, 돌하르방, 배, 새, 노루, 물고기, 자동차, 텔레비전, 전화기 등 생활 속의 물건들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통통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모습, 2층집에서 춤추는 여인, 에로틱하지 않은 표정으로 정사를 나누는 장면들이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표현기법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의 원색적인 작품들에서 한결 부드러워졌다. 화면을 벽화처럼 희뿌연 분위기로 채색하고, 그 표면을 긁어 제주도의 풍광을 담아내고 있다. 타히티로 가서 그곳 자연을 화폭에 담은 고갱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새로운 작품도 선보인다. 흙을 이용한 도조작품, 삼베 조각천을 사용한 콜라주 형태의 대형보자기다. 이중 도조 작품인 향대는 운명을 달리한 친구를 애도하기 위해 피우기 시작한 게 계기가 돼 제작한 것이다. (02)3216-1020
[임정식기자 d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