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유머감각 뛰어난 방송작가 C씨
기사입력 2000년 02월 22일 14시 08분
최근 유머감각이 탁월한 사람을 만났다.
방송작가 C씨. 그는 KBS 오락프로그램 `감성채널'의 작가로 활동중인데, 외모가 `보쳉'과 너무나 닮아 `각가 보쳉'으로 통한다. 그 역시 그런 별명이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방송작가 C씨는 대단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작년이었던가, 한 이동통신 CF에 등장해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것. 나중에는 CF가 나올 시간이면, 아예 핸드폰을 꺼놓았다고 한다.
그의 가장 큰 장기는 이른바 `노가바'.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를 말한다. 강호동이 대학교를 찾아 게임을 벌이는 코너에 등장하는 `노가바'가 바로 그의 작품.
이러한 실력은 평소 술자리에서도 발휘된다. 며칠전 그와 함께 술을 먹으며 몇곡의 노가바를 들었는데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술을 먹고 들은 탓에 가사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빈대떡 신사'였다. 대충 기억을 더듬어보면, "감 없으면 집에 가서, 일본 프로나 베껴먹지∼"다.
개편철마다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을 옮겨다녀야 하는 방송작가의 현실을 빗대, "찬바람이 불면∼"을 "개편철이 되면∼"으로 바꿔 부를 때는 분위기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어쨌든 방송작가 C씨의 유머감각은 천부적이다. 유머감각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재미있게 사물을 보고, 인간과 인간의 상황도 재미있게 보면 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실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다.
한번은 이연걸이 한국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사에 방송 프로그램 게스트 초청을 제의했다고 한다.
최종 허락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고 한다. 한 작가가 전화를 받으며 담당 PD를 찾았다. "감독님, 이연근인데요. 감독님과 직접 통화하고 싶대요."
이연걸 섭외에 골머리를 앓고있던 터라 K감독은 이연근을 이연걸로 착각했던 것.
K씨는 조금 어깨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연걸이 왜 나를 찾지. 영어 할 수 있는 사람 찾아와!"
그러자 처음에 전화를 받았던 작가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감독님, 홍콩배우 이연걸이 아니라 우리 막내작가 이연근이라구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겠지만, K씨는 "그럼 그렇지, 연걸이랑은 어제 통화했거든"이라는 농담으로 위기를 벗어났다고 한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