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달라진 찬호 20승 달성 4가지 가능성
기사입력 2000년 02월 22일 12시 45분
`달라진 박찬호, 과연 20승이 가능할까？'
올해로 미국 진출 7년째, 메이저리그에서만 5년째를 맞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27·LA 다저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스프링 트레이닝에만 돌입하면 늘 팽팽하던 긴장감 대신 동료들이나 기자들에게 서슴없이 농담을 건네며 언행에 절로 여유가 묻어난다. 팀의 고참으로 개인의 1승보다는 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말을 하는 의젓함도 보인다.
그러나 훈련때는 더없이 진지하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불펜 피칭을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전감독 토미 라소다 부회장이 "재미있느냐?"고 묻자 박찬호는 정색을 하며 "저는 공을 재미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던집니다. 항상 타자를 잡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해 라소다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항상 힘껏 당긴 활시위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던 박찬호가 아니라 훈련과 휴식을 이젠 확실히 구분하고 있다. 오프 시즌 LA에서 만난 대선배 선동열의 충고가 가슴에 와 닿은 모양이다.
지난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을 거둔 투수는 단 3명. 아메리칸리그의 페드로 마르티네스(23승)와 내셔널리그의 마이크 햄턴(22승), 호세 리마(21승)가 전부니 험난한 고지임은 명백하다. 과거에도 성급하게 박찬호의 20승이 언급돼 실망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만은 공수표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그 이유들을 살펴보면 ▲99년 힘든 시즌을 겪으면서 박찬호가 몰라보게 성장했다. 요즘 보여주는 여유와 자신감을 실전 마운드로만 가져가면 만사는 OK. ▲체인지업이 완성 단계에 돌입했다. 왼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은 지난시즌 뭇매를 맞았던 좌타자들을 혼내줄 무기로 자리잡을 것이다. ▲왼손 거포 션 그린의 영입으로 타선이 훨씬 짜임새가 생겼고, 구원 투수진도 훨씬 단단해져 승리를 지켜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장담은 금물이지만 20승 도전의 분위기는 충분히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