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군소령' 박창수 (2)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4시 30분
박창수는 수시로 김미숙을 만나 쾌락을 즐겼고 비용은 김미숙의 신용카드로 결재했다. 그러면서 또다른 여성을 물색하러 다녔다. 젊은 여성이 많이 드나드는 유명 호텔 나이트클럽이나 관광호텔 커피숍, 신촌의 카페 등을 들락거렸다.
어느날 강남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에 들어가 웨이터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괜찮은 여자 하나 부킹해달라고 부탁했다.
웨이터는 친구와 함께 놀러왔던 조연희양(22．가명)을 합석시켜줬다.
박창수는 조연희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한국 정보기관에 파견나와 있는 미군 특수부대 소령"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신부감을 구해 미국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술자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박창수가 "부대 상황을 체크할 시간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며 일어나면서 끝났다. 이들은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박창수는 이번에도 007백을 열어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면서 안에 들어있는 군복과 권총 등이 보이도록 했다.
박창수는 다음날 조연희를 불러냈다. 전날 만났던 호텔의 커피솝에서였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시간이 없어 재미있게 놀아드리지 못했으니 오늘 한턱 내겠습니다."
양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특유의 달변으로 "LA의 부자집 아들이다. 한국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등 조연희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옮겨 신바람나게 흔들며 논뒤 박창수는 "연희씨는 내 이상형이다. 나와 결혼해 미국가서 살자"고 유혹, 그 호텔의 룸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오래된 연인처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옷을 한꺼풀씩 벗어던졌다.
"우리 정말 미국에 가서 사는거지."
"그럼."
"그런데 영어 자신있어? 미국에서 살려면 영어를 잘 해야 돼."
"그게 문제야."
"배우면 돼. 미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영어회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 가면 빨리 배울 수 있어."
박창수는 다음날 아침 "미 대사관 영어회화 프로그램에 등록하려면 신분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필요하다"고 속여 카드를 받아냈다.
박창수는 그날 저녁 김미숙을 강남의 한 특급호텔로 불러내 최고급 요리를 대접했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돌려줬다.
"그동안 미숙씨 카드를 200만원쯤 사용했어. 결재일 이전에 꼭 갚아줄테니 걱정마."
김미숙은 그러는 박창수가 믿음직스럽기만 했다. 이들은 그날밤 이 호텔에 투숙, 질펀한 성파티를 가졌다.
박창수는 어느날 오후 서울 교외의 한 장애 아동 수용시설을 찾아갔다. "한국 정보기관에 파견나온 미군 특수부대 장교다. 지나다 들렀는데 장애아동들을 돕고 싶다"며 100만원을 내놓았다. 이 돈은 조연희의 신용카드에서 빼낸 것.
원장은 그에게 차를 대접하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그는 영어를 섞어가면서 "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해 여유있게 생활한다. 기독교 신자로서 어려운 사람을 보면 꼭 도와줬다. 한국에 있는 동안엔 자주 들러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뒤 다시 들러 장애 아동들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함께 놀아주었다. 박창수는 거기서 자원봉사자 이지연(23．가명)을 만났다.
이지연은 휴일이나 퇴근길에 수시로 들러 장애 아동들을 돕고 있었는데 마침 그날 퇴근길에 들렀다 박창수를 만난 것.
장애 아동 수용시설엔 젊은 남자가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 미군 특수부대 장교라는, 그것도 훤칠한 키에 미남인, 그야말로 `킹카'가 찾아왔다는 점에서 은근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터에 박창수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이곳엔 자주 오시는 모양이죠. 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잘좀 지도해주세요."
이지연은 장애 아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줬고 박창수는 관심깊게 들어줬다. 박창수는 너무 고맙다며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고 이지연은 스스럼없이 따라나섰다.
이들은 주변 토속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박창수는 "고국의 토속음식을 처음 먹어보는데 이처럼 그윽한 맛이 있는줄은 몰랐다"며 맛있게 먹었다.
박창수는 식사를 하면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소위 유혹의 덫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