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웬만한 기업의 중역 급여를 능가하는 구두닦이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4시 10분
`구두닦이'로 불리는 슈샤인 보이(shoe shine boy) 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게 `구두닦이'는 지금까지도 밑바닥 직업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 구두닦이업에 종사하는 자들은 웬만한 샐러리맨들보다 수입이 높아 `직업에 귀천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H씨(48)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지난 82년 6층에서 추락해 1년동안 사경을 헤매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성공적인 `슈 샤인 보이'로 제 2의 인생을 구축한 입지전적 인물.
매일 아침 5시 10분에 호텔에 출근, 오후 3시까지 직원들의 구두를 닦고 있는 그는 한달 250∼300켤레의 구두를 닦으며 거뜬히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외국인 손님 중에는 `발리'나 `구치' 등 100만원을 호가하는 송아지 가죽 구두들도 섞여 있기 때문에 요금은 1만2000원으로 비교적 높은 편.
단골 손님 중에는 윌리엄 코헨 미국 국방장관 등 VIP가 상당 수 있다.
H씨가 지금까지 사용한 구두약만 1만4000여통. 구두닦이 천(융)은 약 6㎞에 달한다.
그토록 많은 구두를 접해도 단 한번도 구두주인을 못 찾아간 적이 없다.
발 모양에 따라 또 성격에 따라 구두가 조금식 변형되는데 모양만 봐도 어떤 사람의 것인지 식별 해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
소피텔 앰배서더의 휘트니스 클럽에서 손님들의 구두를 단장해주는 L씨(35)도 하루 40켤레의 구두닦이를 통해 월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고소득 슈샤인 보이들은 시내 번화가 구두닦이 부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강남 역삼동에서 구두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20년 경력의 J씨(49)는 40∼50평 아파트를 소유한데다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생활이 안정됐다.
하루 20∼30만원의 매상은 보통이기 때문에 웬만한 손님들보다 수입이 더 많다.
경기도 평촌, 분당 등 신도시에서도 구두닦이 부스의 수입은 최소한 월 500만원 이상이다.
호텔 슈샤인이나 매출이 잘되는 지역의 구두닦이 부스 프리미엄이 수억원대에 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구두 닦이 종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날은 눈, 비가 내려 신발이 젖거나 성묘 때문에 신발에 진흙이 많이 묻은 명절 전후다.
H씨는 "성격이 털털한 사람은 구두를 험하게 신어 먼지가 많이 묻고 축도 많이 닳지만 예민한 사람은 말끔하게 신발을 신는다. 구두 닦는 사람은 구두만 봐도 사람 성격을 파악하기 때문에 반은 점쟁이"라고 말했다.
[황수철 기자 suc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