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노처녀 안문숙의 이색 배우자 조건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3시 57분
이름도 거창하다. `새천년 특별기획 무한추적시리즈 1탄-실제상황 결혼 대작전'. 제목에 쓰인 단어의 의미나 길이를 생각하면 방송국의 특별기획쯤으로 생각되지만 방송가에 있는 노처녀, 노총각의 뼈저린 결혼 작전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리는, MBC의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한 코너의 이름이다.
주인공은 올해 서른 여덟인 안문숙과 서른 여섯인 변우민. 휴일 저녁 식사도 내팽개치고 텔레비전 앞에서 박장대소를 하게 만드는 것은 안문숙과 절대 보통(?)이 아닌 그의 어머니다.
`설마, 전라도 사람도 저런 사투리를 할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사투리에, 고향 냄새 물씬 풍기는 투박한 유머로 사람들의 배꼽을 빼놓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는 두 모녀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된다는 점이다. 물론 '결혼'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한 편. 이런 형식의 내용이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다면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쇼'의 관객 동원을 훨씬 넘겼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결혼 정서와 사투리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코너에 쏠린 관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무리 재미있게 만든다 해도 '엿보기'의 차원이 지나치다는 것. 또한 일본식 자막처리를 통해 결혼에 목숨을 건(?) 두 모녀의 평범한 생활이 너무 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안문숙의 결혼작전'이라는 상황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여러 가지 비판의 내용은 많이 알려졌고, 오늘은 '결혼에 대한 절실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의 어머니의 말투를 그대로 빌려 옮기면, "우리는 진실로 허는디, 사람들은 우리보고 쇼라고 허대, 아니여. 진짜 우리 문숙이 결혼시켜야 한당께"라고 말한다.
안문숙이 밝히고 있는 결혼조건 역시 조금은 황당하다. 한국사람에, 키는 178㎝, 직업은 전문직, 그리고 종교는 자신과 같은 기독교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는 자신과 같거나 서너살 정도 어린 것은 용서(?)해도 연상은 안 된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조건은 '몸에 털이 많이 났으면 좋겠다'는 것.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했는데, 그 선생님의 구레나룻이 너무나 멋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남편의 털이 난 가슴에 비누거품을 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이런 조건을 들은 개그맨 이경애. "한국 사람 중엔 없어. 차라리 네가 돈 많이 벌어서 남편 가슴에 털 심어주는 게 빠르겠다"며 농담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가지 더 내건 안문숙의 멋진 혼수(?)가 있다.
"진짜 멋진 선물을 받을 거예요. 사람들이 비웃겠지만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천연기념물'이거든요."
이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믿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른 여덟살 노처녀의 심정이 절박하긴 절박한 모양이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