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프랑코는 사자우리 '사감선생님?'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3시 31분
삼성선수들이 혹독한 `시집살이'에도 희희낙낙이다.
훈련장에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벗어나도 마냥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올해 입단한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출신 프랑코(40)의 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치들이 정규 훈련시간의 시어머니라면 프랑코는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
미국 전지훈련부터 삼성에 합류한 프랑코는 숙소생활을 하기가 무섭게 한참이나 동생뻘인 후배들의 개인생활에 은근히 간섭하고 있다. 주로 프로선수가 갖춰야 될 덕목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행동에 옮길 것을 채근하는 것.
저녁에 이뤄지는 체력훈련장에 들어서면 프랑코의 신분은 선수가 아닌 트레이너다. 선수들이 드는 바벨이 적정한 무게인지 올바른 방법으로 들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힘에 겨워 꾀를 내는 선수들이 발견되면 득달같이 달려가 한차례 시범을 보인 뒤 `나 정도 몸을 만든 다음에 꾀를 내라'는 식으로 육체미 선수를 방불케하는 근육을 한번 움찍거린다.
숙소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선수들을 보면 상대가 알아듣는 말든 `유창한 영어'로 일장훈시다. "담배와 술은 선수생명에 치명적"이라는 주의를 잊지 않는다.
언젠가 모선수는 담배를 삼가라는 프랑코에게 "기분전환에 좋다"고 말했다가 본전도 못건지고 구박만 받았다. "한국에서 내 나이에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가 몇명이나 되느냐"고 되묻는 프랑코의 서슬에 눌리고부턴 프랑코를 보면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있다.
"사감 선생님 오신다. 빨리 움직여."
밉지 않은 사감이 있어 기분좋은 삼성캠프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권정식 특파원 jskwon＠sportscho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