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에이스가 뭔지 보여 주겠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3시 31분
"에이스가 뭔지 보여주겠다."
삼성 김상진(30)이 위기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 중책을 맡았다. 재활훈련중인 이강철 노장진이 가세할 때까지 투수로테이션의 책임이 김상진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오준 이용훈 등 신인듀오가 시즌 초반 선발 공백을 메울 예정이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산전수전 다 겪은 김상진마저 비틀거린다면 새천년 첫해의 삼성 마운드는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단순한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변함없이 제1선발을 맡을 김상진이 훨씬 용맹스런 사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전지훈련이 중반을 넘으면서 자신을 먼저 챙기던 김상진의 머리속엔 팀플레이가 가득하다. 제1선발이 일찍 물러나면 중간과 마무리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최소 7이닝을 책임진다는 각오다. 지난해 선발진이 5이닝을 제대로 막지 못해 김현욱 임창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아쉬움으로 간직하고 있는 김상진이다.
또하나의 변신은 투구폼. OB시절부터 김상진은 오른손 테이크백이 지나치게 긴데 반해 릴리스포인트가 짧아 제구력 난조와 체력소모가 많았다. 체력이 뒷받침이 된 젊은 시절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5이닝을 넘으면 급격히 힘이 떨어질 수밖에－.
계형철 투수코치와 데이브 투수인스트럭터는 이 점을 누누이 지적했고, 김상진도 이내 수긍을 했다. 불필요한 동작을 줄인 덕분에 제구력이 많이 안정됐다는 평가. 볼카운트가 불리해도 타자를 속이는 유인구로 커브를 적절히 활용할 정도로 배짱도 생겼다.
"마운드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각오로 뛰겠다. 몇승이 중요한게 아니라 제1선발의 책임을 다했느냐가 더 절실하다."
검게 그을린 김상진의 얼굴에서 한층 어른스러움이 배어난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권정식 특파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