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프랑스 실리콘 밸리로 바뀐 파리의 홍등가
기사입력 2000년 02월 20일 15시 32분
`프랑스의 실리콘 밸리로 바뀐 파리의 홍등가'.
인터넷사업의 번창으로 파리의 사창가가 날로 퇴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파리 중심가 레살르 뒤에 있는 뤼 생 드니는 오래전부터 섹스숍들과 창녀들의 본거지로 번창했다. 그러나 최근 이 동네에 인터넷관련 벤처기업들이 급작스레 늘어나며 홍등가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영국의 더 타임즈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한해동안 파리의 홍등가는 싼 집세와 현대식 텔레콤 시스템 덕택에 프랑스의 새로운 하이테크 비즈니스 센터로 변모했다. 뤼 생 드니에 있는 푸시클럽 187에서 14년간 도어맨으로 일했다는 장 클로드는 "포르노그라피 사이트로 가득찬 인터넷이 우리를 압도하는 경쟁자"라고 말했다.
"한 아가씨에게 2000프랑(약 33만6000원)을 지불하는 최고의 고객 10명을 난 잃었다. 이제 그들은 웹사이트에서 버추얼 섹스를 즐긴다. 그들은 단지 말만 사용하지만 실제보다 더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뤼 생 드니에 있는 푸시클럽 187과 다른 섹스숍들은 새로 생긴 이웃이 그들의 고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인터넷 벤처기업의 중역들이 물랭 루즈가 있는 보다 고급스러운 라 피갈의 홍등가를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의심한다.
인터넷의 침략은 18개월전 `야후 프랑스'가 상티에 구에 본사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상티에 지역은 방직산업과 홍등가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후 이 지역에 100개 이상의 인터넷관련 벤처기업들이 입주했고 프랑스의 관료들은 신바람을 내며 파리의 홍등가를 `프랑스의 실리콘밸리'로 홍보했다.
벤처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사업하기 때문에 넓고 고급스런 사무실이 필요 없다. 벤처기업들의 간부들은 파리의 중심가와 가깝고 근처의 주식시장 등 바깥 세상과 싸게 ADSL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상티에 지역을 선호한다.
최근 뤼 생 드니 151번지 밖으로 대여섯개의 하이테크 벤처기업들이 입주한 한 현대식 건물 밖에는 머리를 블론드로 표백한 야한 복장의 여성 한두명이 처량한 표정으로 서성거릴 뿐이다.
장 클로드에 따르면 초라한 거실겸 침실들이 현대적인 사무실로 바뀜에 따라 그의 단골손님들이 갈 곳을 잃었다.
"옛 건물들이 재개발되거나 개축되는 바람에 방을 세내 살던 모든 창녀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남은 여자들은 자신의 작은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인터넷과 경쟁을 할 수 없다. 그게 바로 남자들의 발길이 끊긴 이유다. 이제 우린 컴퓨터를 살 수 없는 가난한 고객들만 받는다."
[석광인 기자 kis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