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인 고은씨 새 시집 `남과 북' 펴내
기사입력 2000년 02월 20일 15시 32분
`…/압록강의 길고 긴 물기슭은/항상 고단한 삶이 있고/억울한 죽음들이 있다/그런 강의 서사시가 되고 싶었다/…'(`압록강')
고은 시인이 새 시집 `남과 북'(창작과비평사)를 냈다. 남과 북의 산하를 누비면서, `생애의 절반쯤은 나그네였다/나그네로/강산의 뒤를 다녔다'는 그가 통일 염원을 되뇌이며 쓴 시들을 모았다.
그는 이 시들을 지난해 7월 한달간 집중적으로 썼다. 미국에 머물던 4월 어느날 "꿈속에서" 구상했다. "남과 북에서 함께 읽히는 시집"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지난해 북한방문 15일 동안 현지에서 느낀 감회와 함께다. 40년 안팎 문학 도정의 한 매듭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새로운 통일론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나는 70, 80년대처럼 즉각통일론을 서슬지게 내걸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통일이라는 말에 근신할 정도로 그것의 비전투적 잠복기를 늘여가고 있다".
그래서일 거다. 그는 분단이나 통일 문제를 목청 높여 말하지 않는다. 마라도부터 휴전선, 천지 등 남과 북의 산하 온갖 곳에서 현대사의 아픔을 보되, 통일의 비원을 나지막하게 노래한다.
`…/먼저간 형이 말했다/한꺼번에 노래하지 말고/조금씩 노래하라고/…'(`구월산')
그는 이 시편들을 "분단 이전의 노래이기도 하고, 분단현실의 몇 단면에 다가가는 노래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결국엔 "분단 이후의 어떤 시기에 비로소 들어맞는 노래"가 되기를 소망한다.
[임정식기자 d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