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흐느끼는 최명룡감독
기사입력 2000년 02월 20일 14시 34분
20일 삼성전을 위해 대구에 내려가 있던 동양 최명룡 감독(48)은 19일 급히 상경했다.
오전 훈련을 하러 체육관으로 나서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은 것.
서울행 비행기안에서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졌다. 84세의 고령에 노환으로 돌아가신 호상이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임종도 못했다.
지난해 4월말 나래(삼보의 전신) 감독을 그만두고 야인으로 생활하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코트에 돌아온 최감독.
지난 1월10일 박광호 감독의 뒤를 이어 동양의 지휘봉을 잡았을 땐 "친정에 돌아온 것 같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6강 커트라인에 턱걸이를 하고 있던 동양으로선 최감독에게 모든 걸 의지한 셈.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희철이 왼쪽 허벅지에 이어 오른발목 인대를 다쳤고, 조우현도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19일 현재 동양은 15승24패로 9위. 남은 6게임을 100% 이겨야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기적의 힘을 빌려야 하는 승률이다.
지난 시즌 32연패의 망신을 당한 동양으로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명예회복 기회를 다음으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래 시절 3시즌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던 최감독으로선 구단과 홈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에 자꾸 고개가 떨어진다.
어머니 발인이 21일이어서 삼성전은 김 진 코치에게 벤치를 위임했다. 선수들도 대구와 대전 경기가 잡혀있어 다음달 1일에나 과천 숙소로 돌아올 예정.
어머니 영전에 고개 숙인 최감독의 어깨가 유난히 작아 보였다.
[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