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허준 신드롬' 한의사 곤혹
기사입력 2000년 02월 18일 14시 50분
한의원업계에 `허준 신드롬'이 일고 있다.
MBC TV 창사특집 드라마 `허준'이 인기를 끌면서(평균 시청률 50% 내외) 반사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이던 한의업계가 엉뚱하게 피해를 입고 있다.
한의사 이모씨(45．경기도 안양시)는 얼마전부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자신의 말과 처방에 두말없이 잘 따르던 환자들이 "왜 빨리 낫지않느냐" "침만 맞으면 되지 굳이 한약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며 조급증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진료받으러온 한 할머니가 `허준이처럼 침 한방에 씻은듯이 낫게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드라마 영향 때문일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한두번의 침 또는 한약처방으로 병이 낫기를 바래 꾸준히 치료를 받던 이전과 달리 한의원을 이리저러 옮겨다니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에서 허준과 그의 스승 유의태 등이 침으로 병을 씻은듯이 치료하고, 닭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대침 10여개씩을 놓는등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펼치자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이같은 `신기(神技)'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것.
일부 환자들은 침을 한두번 맞고서도 증세가 별로 호전되지 않으면 `돌팔이'라고 수군대기도해 한의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의사들은 드라마 허준이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돋우고 한의학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있다며 좋게 평가하면서도 침술과 한약처방으로 못고치는 병이 없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어 자칫 한의학계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경기 광주@하남 한의사협회 한윤승 회장은 "돈과 명예보다 환자를 위하고 열심히 실력을 쌓아 자신의 뜻대로 의술을 펼치는 허준의 활약상을 보고 많은 한의사들이 배울점이 많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한의원은 만성질환자가 많은데, 드라마에서는 만성, 급성을 가리지않고 모두 침이나 뜸 등으로 단시일에 치료를 하고 있어 한의학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동서한의원 서보경 원장은 "약의 힘으로 병균을 죽여 단시간에 효과를 보는 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인체의 모든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가 잘 통하게 해 스스로 병을 치유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드라마에서처럼 중풍으로 쓰러진 환자를 며칠만에 일어서게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은 은연중 드라마속 허준과 한의사를 동일시하게돼 나름대로 명성을 쌓아온 한의사들이 실력을 의심받게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허준'이 이제 막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허준의 맹활약이 집중 조명될 예정이어서 이같은 `허준 신드롬'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