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서장훈 '내가 무슨 죄가 있나'
기사입력 2000년 02월 18일 13시 08분
SK 나이츠의 센터 서장훈(26．2m7)은 17일 밤을 하얗게 샜다.
현대전서 85대91로 패한 데다 기록도 한심했다. 프로들어 한경기 최소 득점인 11점(10리바운드)에 야투율 27%.
그러나 잠을 쫓은 건 부끄러운 개인 기록이 아니었다.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관중들로부터 받은 충격.
5500여명의 팬들은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서장훈이 볼만 잡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야유를 보냈다. 홈팬들이 원정팀이 자유투를 쏠 때 집중력을 흔들기 위해 보내는 가벼운 야유가 아니었다.
"내가 무슨 그렇게 큰 죄를 지었길래…. 언제 현대 선수들을 다치게라도 했나요?"
잦은 어필이 탈이었을까. 주장인 데다 워낙 중요한 경기인 만큼 한쪽으로 기우는 판정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슛을 쏘다 상대방이 잡아 당겨 넘어졌는데 자기 파울이 선언됐다. 수비수의 손톱에 긁혀 귀와 팔에 피가 났지만 심판은 외면했다.
선수를 인정하지 않는 팬 앞에서 우승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휘문중 1년 때 볼은 잡은 이후 이처럼 농구가 싫어진 적이 없었다. `자기 귀여움 자기가 받는다'는 말처럼 후회되는 일이 많았지만 억울하기도 했다.
"매너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올시즌엔 어필을 줄이고 다혈질인 두 외국인선수를 달래가며 분위기를 이끌어온 터였다.
용병들에게 포스트를 내준 마당에 농구 선배인 심판들은 왜 토종 센터들을 아끼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도 국제 대회땐 어김없이 국가대표로 뽑아 놓는다.
"내 파울이 선언됐을 때 심판이 용병과 함께 웃는 걸 보면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어요."
[김미연 기자 ibiz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