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구멍'없는 골밑…서장훈 철벽봉쇄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23시 25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볼을 바스켓에 배달한다는 SK의 `한국판 메일맨' 서장훈.
경기당 평균 24.3득점을 올리는 그가 17일엔 배달사고를 냈다. 현대의 `괴물센터' 로렌조 홀(28)이란 `블랙홀'에 빠진 것이다.
서장훈이 이날 건진 득점은 11점. 그나마 4점은 이미 승부가 갈린 4쿼터 막판에 기록한 것.
136㎏의 엄청난 거구를 자랑하는 홀이 떡 버틴 현대의 골밑은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같았다. SK의 센터들은 홀을 피해 가려는 듯 외곽에서 장거리포를 남발했다. 골밑을 파고들다간 솥뚜껑만한 그의 손에 볼은 배구공 신세가 됐다.
또 한가지 칭찬받을만한 사실은 홀의 경기매너. 서장훈과 박도경이 육탄공세로 나왔지만 한마디 대꾸도 없이 망부석처럼 골밑을 묵묵히 지켰다.
한때 이름처럼 현대의 `구멍'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던 홀은 5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신선우 감독에게 자기 역할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동료를 적절히 활용하라"는 게 신감독의 지시사항.
이날 홀은 신감독의 의중을 읽은 듯 화려한 덩크슛보다는 서장훈을 꽁꽁 묵는 데 온신경을 기울였다.
홀은 더이상 `구멍'이 아니었다.
[대전＝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