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전근대적 매니지먼트 제작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4시 36분
최근 방송가에 매니지먼트 계약 문제로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 간의 송사가 잇다르고 있다.
비단 매니지먼트 계약 문제로 인한 송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자칫 잘못하면 연예인은 물론 매니지먼트사 역시 불미스런 이미지로 큰 타격을 입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처럼 매니지먼트 계약 문제에 대한 의견 충돌이 계속되는 것은 아직까지 연예계의 전근대적인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신인들의 경우, 매니지먼트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좋아한다.
자신의 호출기와 핸드폰을 갖다놓고 언제 방송국에서 연락이 오나 기다리다가 매니저를 통해 출연작품을 선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기쁨이다.
그러나 이런 기쁨 때문에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 우를 범하기 쉽다. 사실 연예계에서 사용하는 계약서는 천차만별이다. 다른 분야에서처럼 표준 계약서가 자리잡고 있으면 한쪽으로만 유리한 계약서는 조금 없어질 듯 싶다.
대부분의 매니지먼트사의 경우 합리적인 계약을 체결하지만 몇몇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신인들에게는 불리한 내용이 가끔 들어 있다. 계약금이나 수입 배분, 전속기간 등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때 `너무한 계약'을 보게 마련이다.
500만원도 되지 않는 계약금에 수입에 대한 매니저 몫이 40%를 넘고, 전속기간이 3년 이상이라고 한다면 공평한 계약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해지할 경우 법적으로 가장 많은 3배 위약금을 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요즘 영화 쪽으로 진출한 탤런트 C양과 S매니지먼트사 간의 소송이 있었는데, 당시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은 300배였다고 한다. 물론 C양이 계약을 위반한 것이 인정되어 위약금을 변상하는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위약금 300배를 모두 물어주지는 못했다.
영화계의 출연계약서에서도 제작자 쪽에서 보면 합리적이지만, 연기자 입장에서 보면 불리는 항목이 들어있는 계약서를 종종 보게 된다.
바로 `영화사의 사정상 출연자를 다른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출연자를 캐스팅했다가 중간에 교체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 때 `다른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캐스팅의 기쁨을 뒤로 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체 중간에 하차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지금은 TV 쪽에서 내로라 하는 스타가 되었지만 신인시절 무명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던 탤런트 C양도 이런 경우를 당했다. 모 영화에 캐스팅되었으나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면서 주연이 바뀌게 되었던 것.
매니저와 탤런트 C양은 `좋은 경험하고 갑니다'라는 말로 씁쓸함을 대신했다고 하는데 이후 두 사람은 출연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