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사실성-극적감동 '사극의 딜레마'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4시 36분
인기가 있으면 말도 많은 모양이다.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MBC TV 창사기획특집극 `허준' 얘기다.
시청률이 어느새 50%를 훌쩍 넘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허준'이 요즘 구설수에 올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전설적 명의 허준의 일대기를 다루면서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전개한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허준은 산청이 아니라 담양사람이고 유의태는 허준보다 150년이나 늦게 태어났다, 소설 `동의보감'에는 유의태의 아들이 유도지가 아니라 유식이고 예진이나 다희는 등장하지도 않는다는 등등.
MBC인터넷이나 PC 통신 등 시청자소감란에는 `허준'을 조목조목 따져 과장과 허위라는 식으로 꼬집는 글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연출자인 이병훈 PD나 최완규 작가가 이런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는 건 뻔한 일.
그러나 `허준'은 어디까지나 고증과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드라마이지 역사스페셜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줬으면 하는 게 이들의 바램이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는 사극이라도 극적 감동을 살려야 하는 드라마인만큼 픽션으로 봐주는 시청자들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허준'의 열렬한 팬이라는 시청자가 MBC인터넷에 올린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라마 `허준'은 역사책에 기록된 허준이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이 시대에 다시 태어난 허준입니다."
[김호영 기자 h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