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22)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4시 01분
"샘 대응합니다！"
포술장 박동훈 대위가 콘솔을 지켜보며 침착하게 발사버튼을 눌렀다. 지그재그 침로를 취하며 함대의 사각에 숨어서 접근해온 하픈 미사일이 이제 문무대왕함 측면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곧이어 요란한 폭음소리와 함께 문무대왕함의 전갑판에서 스탠더드 SM-2 함대공 미사일이 치솟았다. 스탠더드 미사일들은 흰 연기를 내뿜으며 가속한 다음 하픈 미사일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사일은 곧 마하 2.5에 이르는 고속으로 비행했다.
박동훈 대위는 아직 스탠더드 미사일에 레이더 유도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문무대왕함의 함교 위쪽에 장착된 STIR 240 사격레이더가 표적을 잡은 채 빙글빙글 회전했지만 아직 레이더 빔을 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스탠더드 미사일은 미리 입력된 좌표를 향해 관성유도장치로 스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발사 직후부터 표적으로 레이더빔을 쏘아주어야 하는 스탠더드 SM-1 미사일, 그리고 시스패로 함대공 미사일과는 달랐다. 문무대왕함의 스탠더드 SM-2 미사일은 최종 순간에만 레이더 유도를 필요로 했다.
이 점은 동시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위협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표적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목표를 공격하는 데에는 더욱 유리하다. 문무대왕함에서 네 번째 스탠더드 SM-2 미사일이 발사된 다음에야 박동훈 대위가 표적지시를 시작했다.
"표적 1과 2에 각각 두 발씩 유도하겠습니다."
"좋아！"
박동훈 대위가 힘찬 보고와 함께 STIR 240 사격레이더를 작동시키자 함장 안병도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한 연속파 레이더 빔이 다가오는 하픈 미사일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그 반사파를 포착한 스탠더드 미사일들이 일제히 다이빙하듯 쏜살같이 하픈 미사일을 향해 하강했다.
안병도 대령도 마지막 순간에는 초조한 듯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함교에 장착된 텔레비젼 카메라에서 스탠더드 미사일의 행방을 추적하며 정확한 움직임을 전투정보실로 중계하고 있었다. 스탠더드 미사일의 고체 로켓에서 뿜어대는 흰 연기가 포물선을 아름답게 그리며 하픈 미사일로 급강하하는 장면이었다.
"표적 1에 명중했습니다！"
박동훈 대위가 가볍게 탄성을 내질렀다. 수면 위를 포복하듯 비행하는 하픈 미사일 위로 스탠더드 미사일 두 발이 위를 덮치며 폭발한 것이다. 정확하게 작동한 근접신관으로 표적의 10여@ 앞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스탠더드 미사일의 중량 62㎏ 짜리 탄두의 위력은 엄청났다. 대공미사일 중에는 패트리어트와 함께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하는 고폭약이 폭발하고, 엄청난 물기둥과 함께 화염이 하픈 미사일을 집어삼켰다.
"표적 1은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표적 2를 요격하겠습니다！"
물기둥이 가라앉고 레이더에 하픈 미사일의 시그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박동훈 대위가 흥분을 억누르며 두번째 하픈 미사일 유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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