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란] '날마다 행복해'로 일부 시청자 미움 받아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4시 01분
얼마전 탤런트 이태란은 MBC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PROCAPTAIN'이라는 시청자의 편지 한통을 읽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처음엔 당신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당신이 밉다. 미워 죽겠다….'
미워 죽겠다니. 깜짝 놀랐다. 이태란은 가슴을 쓸어내린 뒤 계속 읽어봤다.
`나도 처음엔 당신이 안됐다고 여겼다. 하지만 당신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주란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아하, 주란이！ 전전긍긍하며 편지를 읽어가던 이태란은 푸 하고 웃고 말았다. 드라마 얘기였다고 한다. 편지를 쓴 `PROCAPTAIN'은 지금 MBC 드라마 `날마다 행복해'를 얘기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악녀 주란(김정은)은 사면초가다. 반면 유정(이태란)은 시청자들의 동정표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은 악녀를 동정한다. 기현상이라면 기현상이다.
왜 그럴까? 이제부터 사연분석.
이태란과 김정은 같은 회사에 다닌다. 이태란은 속옷회사 직원이고 김정은 오너의 딸인데다 상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에 멀끔하게 생긴 미남 청년 김상경(준제)이 입사한다.
두 미녀가 김상경을 좋아한다. 김상경은 두 여자중 이태란을 찜한다. 김정은은 돌아버린다. 이태란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태란과 김상경을 갈라놓으려고 온갖 방해공작을 다한다. 자신의 배경과 직위까지 이용하니 치사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김상경은 막무가내다. 이태란을 향해 `날마다 사랑해'를 외친다. 김상경은 김정은을 무시하고 박대한다. 집에 찾아온 김정은을 잘못 찾아들어온 동네 개 내몰듯 내친다. 도도한 여자 김정은은 눈물을 철철 흘리며 내쫓긴다.
마침내 이태란은 김상경의 팔짱을 끼고 결혼식장을 향해 한발한발 걷고 있는 중이다.
아이고 불쌍해라！ 이때부터 김정은 편을 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은 이태란의 상황분석.
"그게 그렇더라구요.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면 그렇잖아요. 행복하게 살던 공주가 어느날 비참해지면 괜히 더 불쌍해지고 그런 거 있잖아요."
이태란은 자신이 미워죽겠다는 `PROCAPTAIN'에게 이런 답장을 쓰고싶다고 한다.
`드라마 끝나고 한번 만나기로 해요. 저 드라마 밖에서도 착한 여자거든요.'
[이승호 기자 letit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