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이상훈이 밥통을 산 까닭은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3시 34분
`이상훈이 밥통을 산 까닭은?'
`야생마' 이상훈(29．보스턴)은 지난 15일 포트마이어스 숙소 인근 쇼핑몰에서 전기밥통을 하나 구입했다. 한때 일본 방문객이 귀국길에 유행처럼 국내에 들여오던 이른바 `일제 코끼리 밥통'은 아니고, 취사와 보온 겸용 기능에 만족하는 소박한 싸구려 제품이다.
호텔 생활을 하는 메이저리거가 밥통을?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상훈의 눈물겨운 `먹거리와의 투쟁 스토리'가 담겨있다.
지난 1일 플로리다 남서쪽에 위치한 소도시 포트마이어스에 온 이래 이상훈의 주요 먹거리는 햄버거였다. 한국 식당이라곤 딱 한군데, 초반엔 부지런히 들락거렸지만 하루 3끼를 똑같은 식당에서 해결할수 없는 일. 이상훈은 `햄버거'로 주메뉴를 바꿨다.
이상훈은 "바꿔가며 먹어보자"는 독특한 `햄버거 공략작전'을 세웠다. 첫날 맥도널드에 갔다면 다음날은 KFC, 그리고는 버거킹, 웬디스로 옮겨다니다 다시 맥도널드로 돌아오는 전략.
눈을 가리고도 햄버거의 브랜드를 알아맞출 경지에 이르자 구세주가 나타났다. 보스턴 `팀선배'인 조진호와 김선우. 지난 15일 도착한 이들은 이상훈에게 한국 라면을 파는 중국식품점을 소개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이상훈은 이번엔 닥치는대로 라면을 사모았다.
숙소인 웰리슬리 호텔에서 국내 합숙훈련 시절을 떠올리며 라면을 해치우고 나자, 따뜻한 국물에 말아먹는 `밥'이 생각났다. "그래, 아예 밥통을 사자."
비록 기름기 없이 푸석푸석한 중국쌀이지만 이상훈으로선 감지덕지. 틈만나면 조진호와 김선우를 방으로 초대해 `라면+밥'파티를 벌인다.
아쉬운게 해결되면 또 모자란 듯 느껴지는게 사람의 마음일까.
"어디 김치 구할데 없나요?" 이상훈의 눈물나는 `욕심'이다.
[김우석 기자 kwoose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