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여기는 피닉스…지옥이 따로없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1시 46분
요즘 `홈런킹' 삼성 이승엽(24)의 목소리가 밤에는 영 시원치 않다. 톤이 처져있고 힘도 없게 느껴진다. 그의 목소리를 단 한번만 들어봐도 졸음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이승엽도 "졸리다"는 말만 되뇌인다.
`전지훈련을 시작한지 보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힘들다고 끙끙거리면 어떡하냐'는 걱정은 사실상 기우에 불과하다. 몸상태는 이미 최상급이기 때문이다. 힘이 달려서도, 걱정이 많아서도 아니면 도대체 왜 밤만되면 허덕거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연일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지옥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인천 타격인스트럭터는 이승엽에게 약 보름간의 지옥훈련을 지시했다. 지옥훈련이라해서 훈련량이 엄청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잡생각이 나지 않도록 훈련에만 몰두하게 한 것. 잡념을 떨치면서 훈련의 효과도 한껏 올리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노린 조치다.
사실 지옥훈련의 노림수는 다른 데 있다. 바로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숨이 꼴깍 넘어갈 정도의 고비를 여러번 넘겨야 긴나긴 페넌트레이스 동안 힘이 달리지 않는다는 게 백인천 인트스럭터의 설명이다.
그때까지 이승엽은 있는 힘을 완전히 소진하는 훈련을 한뒤 연습경기 시작과 함께 서서히 훈련의 강도를 낮추며 실전감각을 익힐 계획이다. 백인천 인스트럭터는 "이번 훈련만 잘 소화하면 체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권정식 특파원 js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