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컵통신] '축구강국' 멕시코의 비결
기사입력 2000년 02월 16일 14시 31분
미국은 멕시칸들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백인이나 동양인들이 꺼려하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농부나 트럭운전기사들은 멕시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멕시칸들은 축구 만큼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멕시코는 70년과 86년 두차례나 월드컵을 치렀고 FIFA랭킹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축구강국. 축구얘기만 나오면 가슴을 활짝 펴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 하다.
지난 14일 샌디에이고에서 벌어진 골드컵 C조예선 멕시코－트리니다드토바코전의 2만1천여명의 관중중 90%가 멕시칸들이었다. 대표팀 유니폼 차림에 뿔 모자를 쓰고 나팔을 불며 열광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에르난데스, 팔렌시아 등이 연속골을 터트려 4대0으로 승리하자 경기장은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멕시코가 축구강국이 된 비결은 국민들의 축구사랑이 밑거름이 됐다. 아기가 태어나면 말을 배우듯이 어려서부터 공을 찬다. 한국의 놀이방이나 유아원과 흡사한 `축구 유아원'에서 무료로 축구를 배울 수도 있다. 명문 테코스클럽 등 상당수의 구단이 3세부터 17세까지를 대상으로 축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축구는 1부에 18개팀, 2부에 20개팀, 3부에 44개팀이 있다. 과달라하라 등 일부지역은 연고팀을 3∼4개씩이나 두고 있다. 팀마다 체력관리사, 스포츠심리학전문가, 영양사 등을 두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한다.
또 유선방송을 통해 24시간 국내외 경기를 중계하고 공중파방송에서도 하루에 한시간씩 축구에 관련된 내용을 내보낸다. 어려서부터 축구와 함께 자라 평생을 축구에 파묻혀 사는 게 바로 멕시코인들인 것이다. 4계절 따뜻한 날씨 덕분에 잔디밭이 무척 많은 것도 축구강국이 된 요인이다. 멕시코가 골드컵에서 4연속우승을 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LA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