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클리닉] 임필빈 '겉모습보고 속 단정하지 말자'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4시 17분
여의사 임필빈씨의 성클리닉을 연재합니다. 임씨는 여의사로서 비뇨기과 병동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해박한 성지식 등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재밌고 건강한 성 상식을 전달할 것입니다. ＜편집자주＞
나는 레지던트 1년차다. 비뇨기과와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1년이 다 돼간다. 친구들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외성기를 제일 많이 본 여자일거라고 놀리지만, 솔직히 말해서 뭐 매일 봐도 잘 모른다. 내가 환자의 요도에 마취젤리를 넣을 때 너무 짧아 날 고생시키지만 않는다면 나는 그 환자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액 검사나 발기유발 검사 때 환자들에게 보여주는 외래 비치용 비디오를 가끔 어쩔 수 없이 볼 때가 있다. 외국 배우의 발기된 외성기는 상상외로 매우 굵고 길다. 그 때마다 동료들은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라며 "서양인을 기준삼지 말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하긴 그래. 의대 수업시간에 부부 성생활에 대해 배울 때,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고 굵기라고 했겠다. 이런 나의 생각에 전환점을 갖다준 사람이 얼마전 나타났다.
16세 된 P모군이다. 포경수술을 마치고 외래로 들어온 선배 레지던트가 환자를 부를 때 사용하는 큼직한 마이크를 휘두르며 말했다. "임필빈 선생, 오늘 포경수술한 P가 내일 치료받으러 올텐데, 놀라지마. 이 거보다 훨씬 더 굵거든." "에이, 서양인도 그 정도는 안될텐데요." "아, 걱정이다. 임 선생 눈만 높아질까봐. 보통 남자는 P의 3분의 1이라고 생각하면 틀림 없을거야."
다음날 외래에 나타난 P군은 약간 야윈 모습이었다. 내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순간 나는 뜨악했다. 하지만 나는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P가 치료를 마치고 문 밖으로 나갈 때 선배 레지던트가 P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말했다. "니！ 앞으로 여자들 조심해야 된데이~."
P의 뒷모습을 보면서 속 다르고 겉 다르다는 말이 남자들 때문에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평 성모자애병원 비뇨기과 레지던트·인터넷 홈페이지 www.drfe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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