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우즈와 파머 '스쿠터가 나가신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3시 41분
`꿩 대신 닭, 자동차 대신 스쿠터'.
요즘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에서 나란히 석양을 바라보며 폼을 잡는 흑인 두명이 있다면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와 마이크 파머일 확률이 20%쯤 된다.
그런데 그들 옆에 앙증맞은 빨간색 스쿠터 두대가 서있다면 100% 틀림없이 우즈와 파머다.
두산의 하와이 전지훈련에 참가중인 우즈와 파머가 미니 스쿠터를 타고 호놀룰루를 돌아다녀 거의 `원숭이'가 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스쿠터를 타는게 이상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타면 당장 구경거리가 된다.
만만찮은 덩치가 조그만 스쿠터에 웅크리고 탄 모습이 마치 어른이 세발자전거에 탄 듯 우스꽝스럽기 때문이다.
우즈와 파머가 촌스런 스쿠터로 국제적 관광지 호놀룰루를 누비게 된 것은 구단의 `선수 자동차 운전 금지령' 탓이다.
미국 본토에 사는 이들에게 하와이는 평생 한두번 가볼까말까한 `꿈의 섬'.
하와이 관광에 잔뜩 기대를 품었던 이들은 첫 휴일에 구단이 빌린 미니버스를 몰고 나서려다 "훈련중인 선수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 할 수 없다"는 힘 빠지는 얘기를 들었다.
자동차 직접 운전 금지는 선수 보호를 위한 관례.
그러나 관광은 아무래도 직접 운전하고 다녀야 제맛인 법.
고민끝에 우즈가 생각해 낸 것이 스쿠터 렌트였다.
파머가 "이왕 렌트하는 김에 튀는 색깔로 하자"고 해 빨간색으로 하게됐다.
난데 없이 스쿠터를 몰고 나타난 이들을 보고 매니저와 코칭스태프는 기겁을 했다.
위험한 걸로 따지자면 스쿠터가 자동차보다 훨씬 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자동차는 아니었기 때문에 제지할 명분은 없었다.
요즘 우즈와 파머는 밤에도 스쿠터를 타고 와이키키에 간다.
[송철웅 기자 simb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