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장수국 나라 일본 - 국민스타 쌍둥이 할머니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4시 23분
이들 쌍둥이 할머니는 일본나이로 올해 108세가 되고, 우리나라 나이로는 109세가 된다. 1892년(明治 25년)에 태어나서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등 네명의 천황의 시대를 경험한, 무려 1세기 이상을 살아온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서민들은 미물에 불과하고, 여성경시 풍조가 만연했으며 선거투표권조차 없었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일본에도 이런 말이 있다)는 시대에 태어나서, 현재는 국민적 영웅으로서 큰 대접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역사였다.
바로 이같은 역사속을 헤쳐나온 두 할머니들이었기에 살아온 세월만큼 사회경험은 전무하다시피했다. 그런 두 할머니에게 젊디 젊은 애숭이 기자가 뜬금없이 연애를 해 보았느냐고 묻자 두 할머니가 가만히 이 기자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느닷없는 액션을 취한 것이다.
"쪼옥∼ 쪼옥∼."
소리가 날만큼 남자기자의 양볼에 두 할머니가 뽀뽀를 해댄 것이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깔깔대고, 아직 미혼이던 그 기자는 한참동안 얼굴이 벌개져서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봤느냐는 말이지?"
두 할머니가 한술 더 떴다. 그리고 결론적인 대답은 한 마디로 '없어'였다. 당연히 없을 수밖에. 그련 시대를 살았으니까. 때문에 이 때 돋보인 것은 오로지 쌍둥이할머니의 재치있는 행동 뿐이었다. 덕분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배꼽을 쥐고 웃었다.
또한 이름도 쌍둥이답게 금(킨)과 은(긴)이었다. 우리나라식으로 말하자면 금동이, 은동이로 부르는 것과 같다. 때문에 일본인들도 이들 쌍둥이할머니를 부를 때는 간단하게 킨상('상'자는 이름뒤에 붙이는 호칭으로 '아무개씨'하는 의미와 동일하다), 긴상이라고 불렀다. 더구나 TV광고에 출연한 뒤부터는 킨상, 긴상이라는 이름이 일국민의 애칭이 되어 어린아이까지 킨,긴상을 불러댔다.
이들 할머니가 100세가 되던 92년에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100살, 킨도 100살, 긴도 100살"이라는 대사가 곁들인 두 할머니의 TV광고가 대히트를 쳐 몇년동안 일본인들 사이에 대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어디를 가도 이 쌍둥이할머니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전국민적인 마스코트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유명인사들이 이같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역대 수상을 비롯하여 정치인들의 방문과 초청이 줄을 이었고,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은 이들 할머니와 사진 한장이라도 찍으려고 몇개월 전부터 면담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들 할머니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나라에게도 잘 알려진 레슬링선수이자 전 국회의원인 안토니오 이누키. 물론 매스컴의 중개로 안토니오 이누키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킨할머니가 사망했을 때도 이누키는 나고야까지 직접 와서 조문하고 긴할머니를 위로했다. 하룻밤 조문객은 무려 800여 명. 때문에 평균 나이가 70여세 이상인 킨, 긴할머니의 자식들은 이들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파김치가 됐다.
또한 긴할머니는 불과 며칠 사이에 양볼이 움푹 패일정도로 수척해져 있었다. 때문에 TV를 통해 긴할머니의 모습을 본 일본인들은, 저러다 긴할머니마저 킨할머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본디 쌍둥이는 아플 때도 한 사람이 아프면 따라 아프다는 속설이 있어 이를 생각하며 불안해 했던 것.
지난 7년간 전국민적 영웅이 되어 전국을 돌며 일국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이들 쌍둥이할머니. 오부치수상은 아오키 관방장관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는 은잔을 수여했다. '건강하게 장수한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특히 뛰어난 유머로 전국민을 즐겁게 해주고 사회를 밝게 해주었다'는 공로로 은잔을 수여한 것.
아무튼 100세가 넘는 노인이 1만명이 넘는 장수국이기에 108세 할머니 스타가 태어날 수 있었던 일본.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은 적고 장수인구는 늘고, 때문에 킨할머니의 죽음은 많은 사랑을 받은 국민적 심볼이 사망했다는 사실위에, 모든이에게 '남같지 않은 일'로 다가오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특별한 죽음으로 일본인들의 가슴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