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강일홍 '한탕주의 매니지먼트 언제까지…'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4시 23분
탤런트 P양은 지난해 난생처음 매니저를 뒀다가 쓴맛을 봤다.
방송 및 CF출연을 적극 추진해주겠다는 말에 솔깃한게 화근이었다.
그녀는 10년째 연기생활을 하면서도 매니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게 사실. 하지만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신인까지 너도나도 매니저를 두는 판에 혼자 촬영장을 오가기가 영 께름칙했던 탓이었을까.
2년이란 계약기간이 다소 부담스러웠어도 `서로 필요할땐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웬걸? 매니지먼트는 고사하고 전혀 도움이 되는게 없었다. 퀴즈오락프로그램 스케줄을 한두번 잡아주긴 했다. 이미지관리에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해 출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처럼 개인적으로 섭외받은 드라마에 두편 출연했다.
특별히 주고받는 것 없이 반년쯤 보냈는데 어느날 `계약서대로 방송출연료의 일부를 달라'는 내용증명이 날아들었다.
거절할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 소송을 걸어왔다. 온갖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고 변호사선임비까지 물적 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톱스타를 간판으로 내세워 그럴듯한 매니지먼트사로 인정받으려는 매니저들은 거액의 계약금을 지불하고도 스스로 `불공정 계약'을 감수한다. 고급승용차에 로드매니저, 코디까지 한달 유지비만 기천만원이다. 매니저는 우선 붙들고 보자는 욕심으로 수입배분율을 워낙 낮게 책정하다보니 웬만큼 목돈이 되는 CF를 찍어도 늘 적자에 허덕인다.
앞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고 말하지만 결코 희망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몇몇 굵직한 매니지먼트사가 체계적인 경영관리시스템을 도입했어도 경제적인 타산을 맞췄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부작용과 후유증만 뒤따를 뿐이다.
제대로 된 스타 한명만 건지면 황금알을 낳는다? 연예계에 만연돼있는 `잘못된 연기자 매니지먼트 확산'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