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르포] 성형수술의 나라 '인조 미인' 천국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3시 59분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바꿔 신드롬'.
관상도 팔자도 바꾸는 시대. `바꿔'의 `원조'는 다름아닌 성형수술이다.
성형수술로 미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며칠전 가수 A양은 턱을 깎았고, 톱탤런트 B양은 `은밀한 곳'까지 칼을 댔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병원을 찾는 일반인들의 수는 폭발적인 증가추세.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어느 부위든 하루면 바꿔주는 성형수술. 어느덧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성형수술의 모든 것을 밀착취재했다.
■아픈 만큼 예뻐진다?
서울 신촌의 J성형외과. 취재진은 양해를 얻어 수술 현장을 참관할수 있었다.
첫 환자는 긴머리의 27세 여성. 결코 높지 않은 코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술준비가 끝나자 의사는 환자의 코안과 바깥쪽에 마취주사액을 찔러 넣었다. 5분여가 지나자 의사는 메스로 여성의 코 안쪽을 절개했다.
"좀 기분 나쁜 소리가 날거에요." 의사는 말을 끝내자마자 볼펜처럼 생긴 골막 박리기를 여성의 코속으로 밀어 넣었다. 실리콘을 넣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작업. "우드득"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실리콘을 점검한 뒤 코에 삽입. 그러나 각도가 맞지 않는지 다시 빼내 수차례 검토작업을 거쳐 재차 삽입했다. 이번엔 성공. 코 안쪽의 절개 부위를 꿰매자 간단히 수술이 끝났다. 총 소요 시간은 30분.
다음 환자는 S양(20·대학생). 그녀는 속눈썹이 눈을 찔러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바늘이 눈꺼풀을 통과할 때마다 그 사이로 방울방울 피가 맺혔다. 코수술을 받은 환자처럼 S양도 눈 주위에 꽤나 아플 것 같은 주사를 맞았지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수술 뒤 훨씬 예뻐져 있을 자신의 얼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유방수술 전문인 서울 삼성동 S성형외과.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환자는 20대 초반.
1@61의 키에 43㎏. 상당히 날씬한 체형이지만 가슴은 조금 빈약해 보였다. 젖가슴 주위엔 사인펜으로 그린 듯한 재단자국이 나 있었다.
양쪽 겨드랑이를 2㎝쯤 절개, 빈 백을 담배 말듯 똘똘 만 뒤 젖가슴 밑으로 삽입했다. 이어 백에 연결돼 있는 호스를 통해 식염수를 넣자 밋밋했던 가슴이 봉긋봉긋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여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혈액 만큼이나 의사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수술뒤 압박붕대로 젖가슴을 똘똘 싸맨 이 여성은 네시간 뒤 병원 문을 열고 아무일도 없었던듯 걸어나갔다.
■연예인 성형
성형수술의 큰 수요자는 연예인. 이들이야 말로 얼굴과 몸이 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형사실을 공개한 연예인은 극히 드물다. 사실을 털어놓으면 `가짜 미인'이라는 사실이 들통난다는 생각때문이다.
취재팀의 조사에 의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연예인(특히 여성)들이 성형에 의존하고 있었다. 취재팀은 처음 연예인들의 영문 이니셜을 사용할 생각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추측 근거'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ABC순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톱탤런트 B양. B양은 `분기별로 성형수술을 한다'는 말이 돌만큼 `성형 중독증' 환자였다. 작년 입술과 지방흡입 수술은 물론 서울 강남의 모 산부인과에서 성기수술까지 받았다. 이른바 소음순 축소수술. 고대 이집트에서 여자 포경수술로 불리던 수술이다.
소음순이 클 경우 바지를 입었을 때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성교시 감각도 현저히 떨어진다는게 의사들의 설명. B양이 수술을 받게 된 동기가 선천적인 것인지 잦은 성경험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B양은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또다른 톱탤런트 C양. 98년 가슴확대, 지방흡입을 함께 받았다. 탤런트 D양과 모델 E양은 유방확대 수술을, 요즘 활동을 쉬고 있는 20대 초반의 가수 A양은 얼마전 턱뼈를 깎기도 했다. 중견 탤런트 F씨도 얼굴 가죽을 완전히 들어내고 `대공사'를 벌인 사람으로 통한다.
미인대회에서 상위 입상한 G양도 불과 몇달전 광대뼈와 턱뼈 축소수술을 했다. `얼굴이 주먹만해야 통한다'는 TV 활동을 위해서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유명해지기 전 수술대에 오른다. 매니저들에게 연예인 성형은 `전략사업'의 일부인 셈이다. 그래서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한동안 안보이면 `공사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인기 탤런트 H양의 경우는 연기자들이 참고할 만한 일화.
차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정된 H양은 잠시 쉬는 동안 턱 수술로 얼굴 윤곽을 바꿨다. 그러나 드라마 직전 캐스팅이 취소됐다. 더 예뻐지긴 했지만 PD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
탤런트 I양은 데뷔초 높였던 코를 다시 원위치시킨 케이스. 개그맨 J군은 지방흡입수술을 했지만 그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퉁퉁한 뱃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외국배우들의 경우 성형수술은 훨씬 보편적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셀 수 없을 만큼 수술을 많이 해 성형 이야기로만 곧잘 해외토픽에 등장하곤 한다.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은 유방확대 수술을 해서 인기를 얻은 경우가 많다. 데미 무어(97년)와 코트니 콕스(97년), 티나 터너(92년) 홀 베리(97) 등이 그들. 섹시스타 파멜라 앤더슨은 심지어 확대수술이 잘못 돼 축소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미디어 정치시대가 열리면서 정치인들도 검버섯, 주름살 등의 제거를 위해 성형외과를 많이 찾고 있다.
■추세(미니박스로 처리해주세요)
순전히 예뻐지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 성형외과 의사들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체감지수를 말하지만 정확한 통계를 추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역으로 성형전문의의 수를 보면 그 추세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공급의 증가는 수요의 증가와 관련있기 때문이다. 99년 전국 성형외과 전문의는 848명. 총 전문의의 68%인 575명이 90년 이후 배출돼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X표 참조〉
정인선원장(정인선 성형외과)은 "7년전 서울 신촌에 개업할 때 비하면 성형외과가 5배쯤 늘었다"고 말한다.
99년 현재 전국 성형외과 개원의는 모두 454군데. 이중 225개의 병원이 서울에 몰려있다. 입사와 입시를 앞둔 11월∼2월과 방학기간은 성형외과의 `성수기'. 평소보다 1.5∼2배 가량 환자가 느는게 보통이다.
■수술 백태
서울 신당동에 사는 P씨(28)는 지난달 한 남성클리닉을 찾아 성기확대수술을 받았다. 더이상 공중 목욕탕에서 위축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여러가지를 꼬치꼬치 물어본 뒤 시술을 받은 그는 "친구들에게 조차 말하지 않았지만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여대생 S양은 몸 세군데에 `칼'을 댄 경우. "뭐 수술이라고 할 게 있느냐"는 쌍커풀 수술부터 가슴확대, 복부 지방흡입 등 세곳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
이렇게 성형수술의 종류와 범위는 실로 광범하다. 얼굴 윤곽, 지방흡입, 유방확대, 성기수술까지 거의 온몸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감의 확보, 성적 자신감의 증대다.
백명기 원장(백명기 신경정신과)은 "성형수술은 삶에 대한 자신감, 특히 성적 자신감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외형 때문에 우울증과 자기비하, 히스테리 등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많이 하는 유방수술도 당연히 이런 맥락이다.
심형보 원장(심형보 성형외과클리닉)은 "유두가 배꼽까지 내려온 여성의 유방축소 수술을 한 적이 었다"고 말한다. 그 환자는 목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었고, 목욕탕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홍순기원장(인애산부인과)은 "몇해전 질 경막문제로 결혼후 두달동안이나 부부관계에 성공하지 못한 여성의 상담을 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성형수술의 방법과 재료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92년전까지만 해도 유방확대에 가장 많이 쓰인 보형물은 실리콘이었다. 그러나 실리콘 입자가 혈관내에 들어가 체내의 면역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역기능이 있음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이후 대체물로 등장한 게 바로 식염수. 실리콘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소견이다.
유방 크기를 얼마나 키울 것인가는 환자의 가슴둘레와 잉여피부로 결정된다. 가슴속에 넣는 백은 100~400cc가 있으며,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주로 120~200cc를 쓴다. 수술을 받으면 보통 브래지어컵이 하나 정도 늘어 난다. 대개 겨드랑이 사이로 구멍을 내지만 유두 주위를 뚫기도 하고, 배꼽위로 홈을 파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건 크고 탐스런 가슴은 모든 여성의 꿈. `월 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97년 한해 12만명의 미국여성이 가슴확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소음순축소, 처녀막재생, 질 축소수술(일명 이쁜이 수술)도 역시 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 성형의 일종. 성감을 높여준다는 이쁜이 수술은 출산으로 넓어진 질을 좁히기 위해서 한다.
재미있는 것은 처녀막 수술. 미국 유럽의 성형수술 교과서에는 없는, 유교전통이 강한 일부 아시아국가에만 있는 수술이라는 게 의사들의 부연설명이다.
남성들이 받는 성기확대수술에는 진피지방 이식술과 실리콘 링 삽입술, 또 현수인대 절단술 등이 있다.
예전에는 귀두에 구슬을 박거나 치솔대, 또는 금을 부착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 신완수 박사(명동 비벌리힐 남성클리닉)는 "아직도 파라핀이나 바셀린을 주입해 부작용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도 가끔 있다"며 "피부가 썩을 뿐 아니라 발기도 안되고 길이도 짧아진다"며 새로운 방법을 권한다.
진피지방 이식술은 엉덩이나 복부 부근의 살을 떼내 음경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2∼3㎝ 확대효과가 있다. 실리콘 링 삽입술은 음경 피부를 1㎝쯤 절개한 후 피부밑으로 터널을 만들어 링을 삽입하는 것이고, 현수 인대 절단술은 성기 위 치골의 현수인대를 잘라 그곳에 붙어있던 성기 밑둥을 밖으로 끄집어내 길이가 커지는 효과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성형수술은 이렇게 미용을 위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의의 사고나 선천적 기형을 치료하는 재건성형수술도 있다.
■성형의 두얼굴
회사원 L씨(30). 지난해 여름 큰맘먹고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왠지 꺼림칙해 할까말까 망설였지만 주위의 권고도 있고, `쌍커풀 쯤이야'하는 생각에 수술대 위에 누웠던 것.
그러나 나중에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이 오히려 튀어 나온 것처럼 보였기 때문. 의사와 상담을 거쳐 재수술까지 받았지만 최종 결과 역시 `안하느니만 못했다'는 결론. 쓸데없이 돈만 날린 L씨는 아직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성형수술 역시 다른 의료분야와 마찬가지로 부작용과 의료사고가 있다.
쌍꺼풀수술이나 주름제거 수술의 경우 과다 절제로 오히려 인상이 나빠질 수 있고, 유방수술은 인체에 삽입한 식염수 백이 터지거나 딱딱해 질 수 있다.(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인체에 해는 없다고 한다)
코와 턱수술도 너무 많이 깎으면 얼굴이 구겨지는 것은 물론 심하면 안면근육 마비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해서 재수술을 받는 비율은 약 10%. 대개는 원래의 의도대로 되지만 그가운데 10%(전체의 1%)는 복구가 안된다.
심한 경우 쌍커풀수술을 받다가 실명하기도 하고, 다리가 길어지는 수술을 받다 보행장애자가 된 사람도 있다. 작년 4월 한 지방 성형외과에선 전신마취를 하고 턱뼈수술을 받던 환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자격있는 의사를 찾아 자신이 특이체질이 아닌지 등 충분한 상담을 거치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달라진 성형의식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해서 `어떻게 몸에 칼을 대느냐'고 펄쩍 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성형수술의 대중화와 더불어 성형수술에 대한 의식도 변하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당당하게 성형사실을 털어놓기도 한다. 플레이보이 모델 이승희는 가슴수술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고, 탤런트 김남주는 몇년전 코 수술을 시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엔 개그맨 장용이 성형수술을 하고 나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성형 사실을 떳떳히 밝히는 일반 여성도 늘고 있다.
지난해 SBS TV `진실게임'에 등장한 L,K양도 그런 케이스. 코수술을 한 L양은 "눈 나쁜 사람이 안경쓰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또 다리 지방흡입 수술을 했다는 K양은 "수술 뒤 2년째 42kg의 만족스런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전엔 "8번이나 성형수술을 했다"는 여성이 TV에 나오기도 했다.
취재팀이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군가 성형수술을 시켜준다면 받을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녀 75명중 여자는 60.6%, 남자는 38.1%가 `좋다'고 대답했다. 한 학생은 "타고난 외모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합리적인 선에서 교정하는 것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취재후기＞
의사들은 "성형수술은 개조이지 신축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잉여피부 등 `기본여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이 `탤런트 처럼' 될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번의 성형수술은 인생을 크게 바꿔 놓을 수도 있었다. 평생직장을 얻게 하고, 전에 없던 인생의 자신감을 불어 넣기도 했다.
결국 취재하면서 성형수술은 `좋다, 나쁘다' 또는 `해서는 안된다, 하는게 좋다'의 이분법적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의학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꿔나 보자'식은 고통이 뒤따르는 사례가 많았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수술전 `동기부여'를 가장 강조했다. 미는 주관적 기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수술 뒤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거리에 넘쳐나는 성형외과 간판들과 광고가 수술의 유혹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상업화 외양화 중시경향이 `보다 중요한' 인격과 개성의 가치를 소홀히 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취재진중 한명이 성형외과 의사에게 `견적'을 의뢰했을때 그가 웃으며 한 대답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별한 이유도 없으신대 그냥 팔자대로 사시죠." [SC 현장르포팀]
◇SC 현장 르포팀
윤철승 기자 antiq＠sportschosun.com
이유현 기자 youlee＠sportschosun.com
김형중 기자 hkim＠sportschosun.com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도움주신 분들
정인선성형외과
심형보성형외과
인애산부인과 홍순기원장
이두영성형외과
강남성심병원 서인석박사
비벌리힐 남성클리닉 신완수원장
대한성형외과학회 탁인숙씨
스포츠조선 대학생명예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