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삼성 달콤한 홈런공 줍기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3시 28분
`뙤약볕에서 홈런볼을 줍는 참맛을 아는가.'
홈런타자들이 즐비한 삼성에게 요즘 `달콤한' 골치거리가 생겼다. 여기저기 흩어진 수많은 홈런공을 줍는 일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장에서 전지훈련중인 삼성이 사용하는 구장은 두개. 모두 잠실구장 크기와 맞먹는 큰 구장이라 웬간히 세게 치지 않으면 좀처럼 담장밖으로 넘기기 힘들다.
하지만 삼성타자들에겐 한없이 비좁다. 선수들이 중점적으로 프리배팅을 하는 시간은 오후에 1시간 정도지만 외야를 훌쩍 넘어간 홈런볼이 무려 100개에 육박한다.
`홈런킹' 이승엽과 김기태를 비롯해 외국인 쌍포 스미스와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 프랑코가 버티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이들은 맘 먹고 세게 치면 많은 공을 담장밖으로 보낼 수 있는 힘의 소유자들이다.
선수들이 연신 공을 때려대는 동안 직원들은 타격훈련에 공이 모자라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그라운드내에 흩어진 공을 줍느라 홈런공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본격적으로 홈런볼을 줍는 것은 훈련이 끝난 오후 4시쯤.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고온에 여기저기 널린 공을 줍는다는 게 만만치 않지만 캠프 후반을 생각하면 고생도 아니다. 타자들의 몸이 만들어지고 타격감이 살아나는 날엔 홈런볼의 갯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그만큼 홈런볼을 줍는 시간이 길어질 게 뻔하기 때문.
뙤약볕에서 하나하나 공을 줍는 직원들의 고생은 날로 더해가지만 담장을 넘어가는 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의 마음은 오히려 뿌듯해질 것 같다.
[김세훈 기자 sh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