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쌍방울 '눈물의 라면파티'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3시 28분
`눈물섞인 라면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
쌍방울의 하와이 전지훈련숙소인 펄시 페퍼트리 아파트호텔서는 저녁마다 라면파티가 열린다. 요리사는 쌍방울선수들, 손님 역시 쌍방울선수들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쉴새없이 땀을 쏟는 선수들에게 옹기종기 모여 끓여먹는 밤참라면은 꿀맛이다. 쌍방울은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국내에서 라면 50박스를 구입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1인당 1박스씩을 안겼다. 야식을 제공할 수 없으니 각방에 요리기구가 비치된 숙소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하라는 얘기.
고칼로리 고단백을 섭취해야할 선수들이 라면가지고 요기가 되겠냐고 반문하겠지만 말못할 사연이 있다. 당초 쌍방울은 전지훈련을 가느냐 마느냐가 문제였다.
지난해말 전훈계획을 세우면서 고민에 빠졌다. 당시 극심한 자금난으로 구단주인 ㈜쌍방울개발 김종철 법정관리인이 "더이상 야구단을 꾸려나갈수 없다"고 천명했기 때문.
당장 훈련때 식사를 제공할수 없어 1,2군 선수들이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전, 오후로 나눠 전주구장을 뒹굴었다.
하지만 매각이 되든,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선수들이 뿔뿔이 웨이버공시로 7개구단에 팔려가든간에 훈련은 계속돼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자연히 전훈은 초절감 예산으로 기획됐다.
다행히 SK가 쌍방울대신 프로야구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하자 쌍방울을 일시보유중이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전지훈련 자금을 대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급하게 일정이나 계획을 변경할 순 없었다. 쌍방울의 기존안 그대로 집행할 수 밖에－.
입에 물리게 라면을 먹지만 그들에게 불만은 없다.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 그자체로 가슴이 미어진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