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제 남은것은 KBO 총재의 몫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1시 49분
옛말에 `고을백성이 편안하면 원님은 할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고을 수령의 소일거리를 위해 일부러 일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요즘 프로야구의 `원님'인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총재는 일복(?)이 터졌다.
지난해 말부터 자금난이 악화된 쌍방울이 매각에 진통을 겪다 KBO 일시보유를 신청했고 신생팀 SK의 창단작업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 여기에 선수협이 발족, 10년사이에 일어날 일이 몇달새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중재와 조정은 절실하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한 축이 박총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태가 이지경이니 화살은 당연히 박총재를 향한다.
지난 11일 이사회 결정은 두고 두고 아쉽다. 도시연고제라는 허울만 내세운 채 `현대→서울, SK→수원'으로 결론내리곤 막을 내렸다. 박총재는 `언젠가는 도시연고제로 전환돼 프로야구가 진일보해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으나 이번에도 공염불.
서울을 품에 안은 현대만 만세부르고 SK는 KBO의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펄쩍 뛰고 있다. 서울연고지는 차치하더라도 전력보강차원서 보호선수 25명외 1명 양도는 빈약하기 짝이없다는 말.
그토록 서울개방을 반대해온 박총재가 선뜻 현대에 서울을 내준 이유가 뭘까? SK에 수원을 내주는 거액의 보상금을 챙기는 현대가 이를 LG와 두산에 재지불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느정도 의문점이 풀린다.
일이 꼬일 때마다 두산의 전 구단주인 박총재의 `태생적 한계'가 거론된다. 최초의 민선총재로 구단주직까지 벗어던졌지만 여전히 머릿속엔 `두산은 친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건 아니다.
선수협이 발족됐을때 "프로야구를 안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뒤 훌쩍 미국으로 건너간 박총재. 중립적인 입장에서 프로야구발전을 도모해야할 커미셔너라기 보단 구단의 대변인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이제 박총재가 프로야구 전체를 걱정하며 새천년 벽두에 몰아친 격랑의 소용돌이에 뛰어들기를 촉구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