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8)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5시 16분
전술 디스플레이를 노려보던 함장 에가와 일좌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이럴 수가！ 아라시오가 매복한 위치입니다！"
에가와 일좌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공고에서 발사한 스탠더드 미사일은? 표적이 착수하기 전에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가? 어서 확인해！"
후카미 해장보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러나 후카미와는 대조적으로 레이더 오퍼레이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벌써 스탠더드 미사일의 궤도와 속도를 계산해 둔 터였다.
"사령. 그것은！ 이미 계산했습니다. 불가능합니다. 표적이 2초 전에 먼저 착수합니다！"
"제기랄！ 제기랄！"
보고를 받은 후카미 해장보가 발을 동동 굴렀다. 공고에서 발사한 스탠더드 미사일이 문무대왕함에서 쏜 애스록 대잠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해상자위대 잠수함 아라시오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표적, 착수했습니다. 네 발 모두 착수했습니다."
레이더 오퍼레이터가 힘없기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탠더드 미사일은?"
에가와 일좌가 조급한 마음으로 물었다. 스탠더드 함대공미사일이 혹시라도 물 속으로 처박힌 대잠어뢰를 잡아줄까 하는 심정에서였다. 그러나 레이더 오퍼레이터는 함장의 실낱같은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버렸다.
"공고에서 스탠더드 미사일을 이탈시키고 있습니다. 자폭시키려나 봅니다."
레이더 콘솔에는 어뢰를 분리시키고도 계속 날아가는 애스록 대잠미사일의 추진체가 포착되고 있었다. 그러나 호위함 공고는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덧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듯 스탠더드 미사일을 다시 상승시키고 있었다.
고도를 계속 높여 상승한 스탠더드 미사일은 곧 자폭장치가 작동되며 스스로 폭발했다. 그리고 레이더 디스플레이에서 그 모습을 감췄다.
대마도 북동쪽 39㎞, 잠수함 아라시오
"목표 13입니다. 이 놈이 문무대왕인 것 같습니다."
카와이 수측장이 음문을 분석한 끝에 모니터 위에서 점 하나를 가리켰다. 비슷한 추진장치를 가졌는지 바로 옆을 항주하는 또다른 구축함이 내는 음문도 거의 비슷했다.
한 척은 문무대왕급이고, 나머지 한 척은 그것보다는 능력이 뒤처지는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이었다. 무언가를 발사한 듯 날카로운 파열음을 포착한 카와이 수측장은 그것이 문무대왕급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좋아. 하픈을 먹여준다. 1번, 2번 발사관 급속발사 준비！"
"알겠습니다. 함장！ 표적 방위 입력합니다！"
함장 야마모토 이등해좌의 명령에 부함장이 큰 소리로 복창했다. 야마모토는 지금 조급해진 상태였다. 문무대왕함이 제2 호위대군에 위협을 가하기 전에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로 잠수함 아라시오의 임무였다.
그러나 이미 문무대왕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이좌는 문무대왕전단이 좀 더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지켜본 다음 어뢰로 단번에 해치울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시간이 더 소요되는 작전이었다. 우선 하픈 미사일로 문무대왕함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