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찬씨] 전 북한대표팀 감독 '자유대한서 꿈 펼치고파'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3시 14분
남한 땅을 밟은 지도 벌써 9개월. 윤명찬 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51)에게 이제 남은 건 절망감뿐이다.
"직장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윤씨는 요즘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17평형)에서 월 15만원의 정부 보조금에다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아직 뚜렷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결과다. 윤씨 명의의 은행통장 잔고는 300여만원. 행여 노숙자로나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장녀 혜련(24)과 장남 룡(26)이 중국을 거쳐 귀순해와 윤씨의 생계유지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 현재 평양에는 2남2녀중 나머지 두 자녀와 부인이 살고있다.
귀순자에게는 보통 정부에서 직업을 알선해주는 게 관례. 윤씨도 귀순직후 통일부에 축구관계 일을 하고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업을 알선받지 못한 상태. 지난해 말에는 직접 축구협회를 찾아가 호소해보기도 했으나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같아서는 귀순한 것이 후회될 때도 많습니다." 그가 귀순을 결심한 것은 자유주의 사회인 남한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북한 최고의 축구 지도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았던 그는 당연히 남한에서도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단다. 그의 희망은 프로축구팀이나 대학축구팀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 윤씨는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더라도 자문역이라도 맡아 능력을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윤명찬씨 약력
▲출생지＝평양 ▲생년월일＝49년 12월20일 ▲최종학력＝평양 룡북고등중학교
▲주요경력＝68∼76년 북한 대표선수, 77∼83년＝평양시 중구역 체육구락부 감독, 84∼86년＝국가체육위원회 축구 지도위원, 87∼89년＝중앙체육기술협회 축구과장, 92∼94년＝북한 축구대표팀 감독, 95∼98년＝평양 체육기구공장 노동자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