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SK창단에 잠못이루는 하와이의 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2시 52분
말많고 탈많았던 쌍방울의 전지훈련. 지난 7일부터 하와이를 무대로 조용히(?) 치러지고 있다. 구단의 자금난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일시보유중인 탓에 훈련은 쌍방울, 돈은 KBO가 낸다.
우여곡절끝에 탄 하와이행 비행기. 참 힘든 과정이었다. 쌍방울선수들이 대거 선수협에 참여해 KBO와 구단,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실랑이를 했다. 결국 최태원 박재용 성영재 김광현 등 4명만 선수협에 남고 전훈대상인원 35명중 31명이 하와이에 합류했다.
하와이 펄시 한스오란스구장서 4일 훈련뒤 하루를 쉬는 강행군. 오전 9시 수비훈련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타격훈련과 특타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훈련으로 녹초가 된 몸보다 마음고생이 더 심하다.
지난 9일 쌍방울대신 프로야구에 참여키로한 SK는 `인수가 아닌 창단'임을 분명히 했다. 선수단을 일괄인수하지 않고 필요인원만 데리고 가겠다는 얘기다.
주전선수들을 제외하곤 최악의 경우 유니폼을 벗을 각오를 해야한다. 코칭스태프 역시 재계약이 불투명하긴 마찬가지. 김준환감독은 "내일을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오늘 실력을 키우라"며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마음은 답답하다.
훈련여건도 열악하다. 빡빡한 자금집행으로 전지훈련서 으례히 있을법한 회식 한번 없다. 한가한 쇼핑이나 관광은 꿈도 못꾼다. 사정이 나은 타구단을 생각하면 서러움이 뼈속까지 파고들지만 그들의 희망사항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라이트시설을 확보해 14일부터라도 국내 야간경기와 비슷한 환경속에서 야간훈련을 가지는 것, 이것이 전부다.
[하와이＝국제전화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