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오락프로 새 장 연 '개그콘서트'
기사입력 2000년 02월 10일 14시 44분
남들이 모두 안 된다는 일을 해낸 사람들이 갖는 만족감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낸 쪽보다 더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게 된다.
이것은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어렵다'고 생각한 영화 기획안을 고집스럽게 끌고가 마침내 흥행을 성공시킨 경우도 그렇고, 누구나 고개를 갸웃한 프로그램 기획안을 밀어부쳐 성공시킨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 영화관객이나 시청자는 한 편의 영화나 TV프로그램이 나오기까지 저간의 사정을 모른다. 제작자와 방송국 고위층을 설득시키기 위한 피눈물 나는 과정을 잘 알리 없다.
요즘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개그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연`개그콘서트'가 바로 그 경우다.
`신인들만으로 웃기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에이, 안될 걸…'하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스타급 출연자를 기용해서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인들만으로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겠다는 것은 모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질 코미디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각종 유행어를 탄생시킨 `개스콘서트'는 출연자 한 명에 대한 스포트라이트 없이 신인들을 스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최근 모 방송국에서 비슷한 포맷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가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쳤다고 한다.
`개그콘서트'가 독기 폼은(?) 신인들을 기용한 반면, 이 경쟁 프로그램은 스타급 개그맨을 기용했던 것. 하지만 프로그램의 녹화를 마치고 출연자들 거의 대부분이 두손, 두발을 들었다고 한다.
똑같은 형식의 프로그램, 여기에 스타급 개그맨 기용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독기어린 신인들의 노력에는 밀린 것으로 보인다.
`개그콘서트'의 신인들은 자신들로선 어렵게 주어진 큰 프로그램이기에 젖먹던 힘까지 다했다. 또한 데뷔한 지는 좀 됐지만 빛을 못본 개그맨도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요즘 유행어를 만들어낸 K개그맨의 경우, 신인 시절 C프로듀서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C씨는 "앞으로 너 볼 일이 없을 것 같다"며 그의 기를 죽여놓았다고 한다.
다시 볼 일 없다고 말했던 C프로듀서는 요즘 그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후문.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연예계에서도 `성공해야만 한다'는 독기를 당해낼 것이 없는 듯 하다. 소리소문 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신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