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구속은 딱 질색… '영원한 별'이 되고 싶어요'
기사입력 2000년 02월 10일 14시 44분
`와, 21세기, 확 바꿔 버려'. 변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바꿔'로 `바꿔현상'을 만들어낸 신화의 주인공 가수 이정현.
밀레니엄, 아무 것도 바꿔지지 않은 현실을 풍자하면서 이 젊은 소녀가수의 노래 한편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파장은 너무나 크다. 요즘 누구나 바꿔, 바꿔를 외친다. 정치권도, 사회단체도, 기업도, 개인도 보다 나은 쪽으로 바꿔를 외친다.
바꿔가 만들어낸 풍자는 엄청난 확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단체도 국민에 대한 서비스정신이 없는 정치인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애인을 갈아치우고 배필까지 입맛대로 바꾸는 세상에 대한 조소도, 술자리의 직장인들도 안주, 파트너 바꿔 타령이다. 심지어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바꿔가 유행이다.
가사 그대로 모든 걸 다 `바꿔'다. 그 현상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개인과 집단이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개인과 사회의 변화하고 싶은 심정을 이정현이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은 지난 96년 열여섯 나이에 영화 `꽃잎'에서 상처입은 소녀로 세상을 얼굴을 알렸다. 광주항쟁으로 어머니를 잃고 떠돌이 남자에게 성적으로 학대받던 그 소녀의 눈빛은 섬뜩한 광기로 빛났다. `무서운 연기'라는 평을 들으면서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세기말인 지난해 10월 가수로 변신, 시원스런 테크노 댄스 `와'를 타이틀 곡으로 첫 앨범을 내고 도발적인 무대연기를 연출했다. 신들린 듯한 춤사위와 눈빛으로 가히 주술적인 흡인력으로 대중 속을 파고 들었다. 신데렐라 탄생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폭발적인 인기는 신데렐라로서의 꿈을 이룬 게 아니라, 변화하고 싶은 한국 사람들의 가슴을 후비면서 `바꿔 신드롬' `이정현 신드롬'을 만들어 내면서 새로운 세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앨범 수록 곡 중 `GX339@4'의 가사와 제목은 직접 붙였다. 이 암호같은 곡목은 `블랙홀의 가능성이 큰 백조자리 근처 별의 번호'라고 했다.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정현. 우주속의 별을 사랑하다, 지상의 스타가 된게 아닐까?
이정현은 요즘도 외롭고 힘들땐 별을 본다. 자신의 춤 의상 등 하는 일의 기준이 느낌과 기분이라고 말하는 우주소녀 같은 이정현. 그녀 속으로의 여행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 만큼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기분내키는 대로' 또박또박 말하곤 총총히 떠났다.
▲하루 일과는?
-7시에 일어나요. 10부터 11시까지 메이크업하고 인터뷰 방송출연 준비를 하죠. 각 매체 인터뷰하고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 본방 준비, 방송을 해요. 그리고 잡지 CF촬영을 하고 새벽 2∼3시에 집에 들어가죠. 씻고나면 4∼5시에 잠을 자요.
▲수면 시간이 절대 부족한데?
-집에선 평균 3시간 정도 자요. 차 안에서 조금씩 보충하죠. 그래도 모자라요. 음-팬들의 사랑으로 견뎌요(소녀 같은 웃음) 팬들이 사랑이 곧 잠인 셈이에요.
▲노래 외에 취미는?
-별을 보는 거에요. 우주가 있다는 거 신비하죠. 다른 별이 있다는 게 말이에요. 고 2때 용돈을 털어 천체망원경을 하나 샀죠. 너무 오래되어서 비싼 것 하나 살려고 해요. 힘들때 밤 하늘의 별을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려요.
▲돈은 얼마나 벌었나?
-몰라요. 한번도 계산해 본적이 없어요. 용돈도 안써요, 쓸일이 없어요. 시간도 없구요. 식사비는 매니저가 내고 돈을 만져 보지 못해요. 번 돈은 통장안에 있겠죠. 남들처럼 백화점 가고 싶어도 갈 시간이 없어요. 남들처럼 쓰고 즐기는 재미는 없어요.
▲음식은 어떤 걸 좋아하나?
-안가려요. 한식, 양식 다 좋아해요. 그중 제일 좋아하는 건 시금치에요. 시금치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게 좋아요. 그리고 생미역도 맛있구요.
▲남자 친구는?
-나는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요? 지금까지 미팅도 한번 못해봤어요. 남자 친구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솔직하고 책임감있고, 잘생긴 것 보다는 깨끗한 마스크를 지닌 남자가 좋아요. 이 여자, 저 여자 기웃거리는 사람은 너무 싫어요.
▲노래방이나 가라오케를 가면 부르는 노래는?
-최근엔 못갔어요. 예전엔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에필로그'를 주로 불렀죠. 제 노래를 부른 적은 한번도 없어요.
▲영향을 받은 선배 가수나 풍은?
-마이클요, 마이클 잭슨요. 처음보고 반했어요. 구체적인 것 보다는 `그냥' 좋았어요. 그냥요.
▲구속받는 걸 싫어한다는데?
-전 항상 느낌(Feel)을 중요시해요. 느낌 그게 전부에요. 춤도 마음대로 춰요. 특별한 안무가 없어요. 기분나는대로 부채들고 춤추고 노래하죠. 필 그거에요.
▲딸부잣집이라는데?
-딸만 다섯인 집의 막내에요. 수다 떨땐 엄청 시끄러워요. 난리 나요. 처음엔 언니들 말 무시했지만, 이것 저것 배운 것도 많아요. 셋째 언니가 코디로 일을 해주고 있어요. 고맙죠.
▲가수로서의 꿈은?
-이제 시작이죠.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해요. 다음 주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가요. 좋은 여자 가수로 우상이 되고 싶어요. 왜 여학생들은 여자 가수를 좋아하지 안잖아요. 그 걸 깨보고 싶어요. 여학생들도 좋아하는 여자가수가 되고 싶어요.
▲인기 비결은?
-음, 열심히 하는 거 아닐까요?
▲정치권에서도 `바꿔'쟁탈전이 벌어졌다는데?
-50∼60명의 정치인이 노래를 쓰겠다고 했어요. 많은 관심에 감사했죠. 총선연대의 공식 노래로 허락된 걸로 알고 있어요. 특별한 사유는 없어요. 그냥 그렇게 한거에요. 아무래도 사회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요소가 강하니까요.
▲노래를 부르는 걸 본 사람들이 무당같다,신기들린 거 아냐고들 하는데?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봐요. 너무 몰두해서 눈에 힘들어가다 보니 그게 신들렸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나봐요. 기분 나쁘진 않아요. 종교는 없어요. 더 열심할 뿐이에요.
▲얼굴이 영화 `꽃잎'때와 달라졌다는데?
-고친적 없어요. 맨 얼굴 그대로에요. 다만 젖살이 좀 빠졌죠. 그리고 여인(웃음)의 살이 조금 붙은 정도죠. 5년전에 비해 조금 성숙해졌죠.(연신 웃음)
▲태권브이 등 의상 아이디어가 독특한데?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서 빌려오죠. 만화영화와 인형을 무지 무지 좋아해요. 외국 가면 인형 사는 게 너무 좋아요. 만화 속의 주인공이 지닌 캐릭터 특히 우주전사 같은 거나 우주 이미지를 좋아해요. 테크노적인 것에 동양적인 세계를 접목시키는 게 멋져요.
▲공연 중에 가슴이 보이는 등 노출도 대담한데?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해요. 어깨가 예쁘다고 해요(웃음). 기분나면 어깨 드러내고 실증나면 안하고 그래요. 고집이 센 게 단점이자 장점이에요.
▲상반기에 영화출연 계획이라는데?
-시나리오가 엄청 들어와요. 아직 결정한 것은 없어요. 팬들에게 실망을 주면 않되죠. 신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여행을 좋아한다는 특별한 이유 있나?
-너무 너무 좋아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기분전환엔 너무 좋아요. 인도 아프리카 유럽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많이 다녔어요. 여행은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데 최고에요.
▲최근 읽는 책은?
-뉴튼의 법칙으로 유명한 뉴튼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은?
-`바꿔'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팬들의 사랑에 보다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어요. 여자 배우 가수로서 여자들도 사랑래주는 은막과 가요계의 `영원한 스타'가 되고 싶어요.
[박용재 문화부장 eastse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