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지구촌 네트워크 '해커 공포'
기사입력 2000년 02월 10일 14시 24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지구촌 네트워크가 해커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인터넷 사이트인 야후에 이어 바이닷컴과 아마존, e베이의 웹사이트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접속불능 상태에 빠지고, 일본의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산하기관까지 해커의 침입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엔 미 연방수사국(FBI)의 인터넷 사이트가 해커들의 무차별 접속시도로 며칠동안 접속불능에 빠지기도 했었다.
국내 실정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홈페이지(www.hannara.or.kr)와 대검찰청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한 것을 비롯해 1월 한달동안 발생한 사건만 모두 572건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정보안전 회사인 MK사의 마이클 케슬러 사장은 "해커들의 휴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밀코드는 깨어질 수 있으며 시스템들은 사보타주될 것이다. 해킹은 현실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유형도 점차 지능화, 다양화되고 있어 보안관계자들로서는 보통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는 악성프로그램 배포에 의한 해킹도 부쩍 늘어났다.
백도어(backdoor)나 트로이목마(Trojan horse), 웜(worm), 논리폭탄(logic bomb)같은 프로그램을 E-메일 등의 경로로 타인의 컴퓨터에 침투시키는 것.
이들 프로그램은 상대의 컴퓨터에 침투한 뒤 컴퓨터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컴퓨터 정보를 해커에게 전송해 원격 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야후의 경우 엄청난 양의 가짜 접속을 일으켜 다른 사용자들의 접속을 차단하는, 고전적 해킹 방식중 하나인 `서비스 거부 공격'이 사용됐다.
허술한 운영체제 및 시스템 관리자의 운영 미숙과 응용 프로그램 자체의 오류를 틈타 타인의 시스템에 접근하는 `소프트웨어 보안오류'나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메일을 보내는 `메일폭탄'도 있다.
물론 각국의 관계기관도 `눈뜬 장님' 모양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다.
일본 자민당은 이달중 정부기관 홈페이지의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그밖의 시스템도 개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안은 빠른 시일내에 ▲종합대책실과 정부 및 민간 전문가간의 연락회의를 설치하고 ▲2∼3년 안에 사이버 테러를 처벌하기 위한 법령을 준비한다는 것.
우리 정부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8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컴퓨터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컴퓨터 범죄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해커 양성 사이트인 해커스랩(www.hackerslab.com)을 개설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주)시큐어소프트가 해커들로 구성된 보안 전문회사인 (주)해커스랩을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 한 전문가는 "해커들의 수법이 다양해져 방지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특히 네트워크가 개방된 기관에서는 철저한 보안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