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승호 '10대 가수를 향한 네티즌의 냉소'
기사입력 2000년 02월 09일 14시 16분
요즘 PC통신에는 `10대 댄스그룹과 진짜 가수'라는 글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장난삼아 두 그룹의 가수들을 비교하고 있는데 수긍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중 몇가지를 보자.
10대 가수는 멤버만 모이면 6개월 안에 춤연습, 노래연습를 끝낸다. 노래연습은 생략하는 수도 있다. 진짜 가수는 자신감이 붙었을 때 조심스레 데뷔무대를 갖는다. 음반 한장 내는데 2년은 족히 걸린다.
10대 가수의 연령층은 점점 낮아져 급기야 초등학생 가수까지 등장했다. 진짜 가수는 최소 고교과정까지는 정상적으로 마친다. 졸업 후 독학을 하든 대학 실용음악과에 가든 공부를 계속한다.
표절시비가 나면 10대 가수는 막바로 후속곡을 내보내 팬들의 관심을 돌려버린다. 진짜 가수는 표절곡의 원곡을 찾아내 직접 들어보고 사실이다 싶을 땐 팬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남기고 최소 1~2년 정도는 가수생활을 접는다.
10대 가수는 쉽게 번 돈을 다 쓰고 다시 돈이 필요할 때 컴백한다. 공백기간은 길어야 5~6개월. 진짜 가수는 자신의 음악적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높였다고 생각할 때 컴백한다. 공백기간은 짧아야 1년.
10대 가수는 더 이상 춤출 기력이 없을 때, 23세를 넘겼을 때 은퇴한다. 진짜 가수는 자신의 음악성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은퇴한다.
공백 기간중 10대 가수는 외국으로 `유학'가서 실컷 논다. 춤연습을 빙자해 나이트클럽을 전전한다. 진짜 가수는 외국을 가더라도 현지 뮤지션들의 공연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공부한다. 밥도 직접 해먹는다.
네티즌들은 급기야 방송사에 화살을 날린다. 이 `비교분석'의 마지막은 이렇다.
10대 가수는 툭하면 립싱크를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쇼프로, 가요프로에 나온다. 그러나 진짜 가수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수요 예술무대' 등에 가끔 나온다.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