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5)
기사입력 2000년 02월 09일 13시 53분
대마도 북동쪽 45㎞, 잠수함 나대용
"목표 27이 우현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음탐장 김선욱 상사가 초조한 눈초리로 디스플레이에서 움직이는 목표 27을 노려보았다. 더 이상 멀어지도록 놓아두면 나대용함에서 목표 27, 즉 해상자위대의 하루시오급 잠수함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함장님！ 지금 해치워야 합니다. 목표 27은 지금 문무대왕 전단을 공격하려는 것입니다. 만일 놓아주면…."
침묵에 빠진 함장을 기다리다 못한 부장 이찬복 중령이 앞으로 나섰다. 문무대왕 전단은 지금 대잠경계를 무시한 상황에서 제2 호위대군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찬복 중령의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함장 김대헌 대령은 눈을 질끔 감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목표 27을 조용히 해치울 수만 있다면 벌써 해치웠을 것이다. 그 일본 잠수함은 나대용함이 바로 옆에 매복해있다는 것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함장은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열세에 놓인 한국 해군이 해상자위대를 물리치려면 선제기습공격을 감행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찬복 중령이 생각하기에는 함장이 그냥 이곳에 머물러만 있는 것 같았다.
이찬복 중령도 함장이 공고급 이지스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막강한 방공능력을 자랑하는 공고급 이지스함을 그냥 둔다면, 문무대왕 전단이 무사히 동해로 빠져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대용함이 이지스함을 해치워주는 것이 문무대왕 전단에 가장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하루시오급 잠수함도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문무대왕 전단이 자칫 일본 잠수함이 매복한 해역으로 진입했다가는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하고 만다. 지금 나대용함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었다.
"함장님. 목표 27 접촉 상실！ 접촉 상실했습니다. 더 이상 잡히지 않습니다."
김선욱 상사가 풀이 잔뜩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에 앉은 최지훈 중사도 탐색모드를 바꿔가며 목표 27을 재탐지하려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음탐장. 목표 27의 최종 위치는 정확히 파악했나?
음탐실 요원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자 김대헌 대령이 조용히 눈을 뜨고 음탐장에게 질문했다.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대헌 대령은 어차피 두 개의 목표를 모두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파악은 했습니다만, 지금은 표적을 놓친 상태입니다."
"좋아. 최종 위치의 좌표를 계산해서 보고해. 통신부이에 입력한 후 바로 쏘아올린다. 자, 이제 움직일 때다！ 좌현 10도！ 속도 3분의 1로 증속한다！"
김대헌 대령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급박하게 소리쳤다. 함장은 나대용함으로 직접 일본 잠수함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이미 마친 후였다. 일본 잠수함의 위치만 제대로 파악된다면 문무대왕 전단으로서도 충분히 잠수함을 제압할 수 있었다.
"통신장！ 음탐장에게 좌표를 받는 대로 즉시 통신부이를 사출한다. 어서 서둘러라！"
"옛！ 알겠습니다. 함장님！"
통신관 유영산 중위도 함장의 급작스런 명령에 놀랐는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