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드라마 '진실'서 악역 연기로 스타덤 올라
기사입력 2000년 02월 09일 13시 53분
박선영(24)이 제작진에게서 받은 첫 주문.
그리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름끼치게 변했다.
이젠 스스로 봐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얄밉다.
MBC TV 수목드라마 `진실'(극본 김인영, 연출 장두익). 박선영은 사랑과 질투의 화신 이신희역. 하는 짓과 말투가 정말 못됐다.
최지우가 대리시험을 봐준 덕에 대학에 들어갔고 연인사이인 류시원-최지우를 온갖수단으로 갈라 놓으려고 한다.
시청자들로부터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받지만 박선영은 내심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연기에 대한 호평. 게다가 시청률은 무려 40%대를 웃돌고 있다. 스타로 붕붕 뜨고 있음을 체감한다.
`박선영=시청률'은 이번만이 아니다. 98년 KBS 1TV 일일극 `정때문에'도 40%대. 작년 MBC TV 미니시리즈 `내일을 향해 쏴라'는 30%대. 게다가 `내일을…'은 막판에 SBS TV의 대작 `백야 3.98'을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진실'과 함께 최근 출연중인 MBC TV 일일극 `날마다 행복해'도 기본 30%대다.
늘 밝고 명랑한 역만을 해왔던 박선영은 사실 악역을 별러왔다.
`진실'의 기획안을 받아든 순간 "바로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엔 거울을 보고 눈을 치켜 떠봤단다.
"정말 못돼 보이더라구요. 악역에 자신감을 갖게 됐죠."
박선영의 연기에 대한 열의는 소문날 정도. `날마다 행복해'까지 합쳐 두 프로를 찍느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에나 귀가한다.
하지만 얼마전 영하 10도의 추위에서 `진실'을 야외촬영할땐 끝내 울움을 터뜨리고 말았다.
류시원에게 따귀를 맞는 신. 마음 약한 류시원이 거듭 NG를 냈다.
`제대로 때리라'는 장두익PD의 불호령에 4번째야 `OK사인'이 났다. 박선영의 얼굴은 손바닥 자국으로 뒤범벅이 됐고 , 박선영은 `너무 아파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진실'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자란 평을 듣지만 박선영은 겸손해 한다. 착한역 보단 늘 악역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란다.
남들은 미워해도 박선영은 이신희란 극중 인물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연기자에게 장두익PD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연출자.
박선영도 한때 장PD가 `두발 옆차기'까지 했다는 소리를 들으며 긴장했지만 섬세하고 완벽한 연출에 완전히 매료됐다. 박선영의 새천년 첫달은 한마디로 살맛 나는 세상이다.
[이유현 기자 you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