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이성진 '애매한 사이버 범죄 규정'
기사입력 2000년 02월 08일 14시 19분
최근 인터넷 세상의 가장 큰 문제는 사이버 범죄다.
사이버 범죄의 증가는 인터넷의 익명성과 현실감이 결여된 리셋증후군(컴퓨터를 꺼버리면 그만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로 현실 세상의 범죄보다도 죄의식이 적어 쉽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 범죄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하는 해킹 사건과 바이러스 유포는 물론이고 인터넷상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추적해 이를 공개하거나 악용하는 사이버 스토킹, 불특정 다수에 무제한으로 메일을 발송하는 스팸 메일, 특정 사이트를 대상으로 스팸 메일을 보내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메일 폭탄, 각종 상업용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베포하는 워레즈 등 갈수록 더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범죄를 네티즌이 실세계의 범죄와 비교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점이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정부기관과 은행, 신문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이버 기관에 대한 해커들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일본 국세청은 통계자료가 파괴되는 등 큰 소동이 일어났었다.
누가 해킹을 했는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우익성 발언에 반발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해킹 사건이 과연 현실의 테러보다 더 심한 것인지 덜한 것인지 확실게 판단할 수 있는 네티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해킹 범죄에 대한 특별법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과연 네티즌이 이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현실세상의 테러보다 더 심한 범죄라고 생각하는지 또는 반드시 형벌을 받아야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문제는 워레즈 사이트에서(유료 소프트웨어, 유료 사이트 등의 패스워드를 공개하는 사이트)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워레즈 사이트는 대표적인 불법사이트로 포르노 사이트보다 단속의 우선 순위에 오르는 대상이다.
이는 워레즈 사이트가 관련 회사들의 매출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들 워레즈 사이트는 단속을 피해 대개 생성된지 일주일만에 없어지곤 한다.
그러나 워레즈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이곳을 찾아 헤매는 네티즌은 '인터넷은 정보공유 정신에 입각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워레즈 사이트를 사이버 세상의 로빈 훗 정도로 각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각종 소프트웨어들의 가격이 비싸 가난한 사람들은 점차 정보열세로 기울고 더욱이 기업용으로 보급되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에 비해 개인용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은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한다.
검색엔진에 나오지도 않는 워레즈 사이트가 하나 나타나면 곧바로 엄청한 숫자의 네티즌이 몰려드는 현상은 이들이 얼마나 '사이버세계의 로빈훗'에 열광하는지를 잘 알게 해준다.
이렇듯 사이버 범죄는 일견 규정과 처벌이 명확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사이버 세상이 발전하면서 범죄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중요한 이슈로 나타날 시기가 멀지 않았다.
[데일리클릭 보도국장 이성진 master＠dailyclick.co.kr]
